(5)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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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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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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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무엇을 듣는가 스스로 삼가라. 너희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요 더 받으리니.”(막 4:24)

삼일원 제1 숙소 옆에 있는 우물 옆에서 진선린이 그의 두 팔을 높이 들고 벌을 서고 있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벌을 받게 된 것은 전적으로 선린이 저지른 잘못 때문이었다. 벌을 선지 벌써 15분이 지났다. 선린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 빰을 타고 내려오지만 그의 두 손은 높이 들려서 땀조차 닦을 수가 없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로부터 호된 교훈을 받았다.

삼일원에는 93세의 할머니가 있었다. 그는 수도원 책임자인 정해원의 모친이셨다. 그는 나이가 많아서 아픈 곳이 많았다. 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오래 살면 뭐하냐? 아프지 않고 죽었으면 좋겠다.”

9살 선린은 할머니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할머니가 진심으로 아프지 않고 죽기를 원하는 줄 알았다. 설날이 되었다. 마을 소년이들이 부모가 해준 깨끗한 옷을 입고 마을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렸다. 선린이 할머니에게 세배를 드리며 말했다.

“할머니, 올해는 아프시지 마시고 돌아가십시요.”

선린이 말하자 할머니는 말했다.

“죄 짓지 말고 정직하게 살아라!”
“예.”

선린은 할머니가 한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린 그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 내가 무슨 실수라고 한 것은 아닐까? 죄 짓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고?”

비룡산 삼일원이 있는 마을은 소가 밭을 가는 마을이라 하여 적우골이라 불렸다. 적우골에서 4km 산을 내려오면 용동리란 마을이 있고 그 마을로부터 4km를 지나면 비룡초등학교가 있다. 처음에는 적우골에서 5명이 비룡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3년후에는 진선린과 삼일원 할머니의 손녀 정혜은 두 명만 학교를 다녔다. 정혜은의 어머니는 진선린에게 늘 그의 딸을 학교에 잘 데리고 다녀달라고 부탁을 했다. 혜은이 어머니는 선린에게 그 부탁을 할 때마다 과일과 떡을 선린에게 선물했다. 선린은 그 선물을 받는 대가로 혜은이와 학교까지 항상 같이 다녔다.

세배 사건이 있은 후 삼일원의 할머니는 선린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공공연하게 선린을 다른 마을 소년들보다 미워했다. 그는 그의 며느리에게 명령했다.

“앞으로 선린에게는 삼일원에 있는 떡이나 과일을 절대로 주지 마라!”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선린은 삼일원에 가도 할머니로부터 떡이나 과일을 얻어먹은 일이 없었다. 삼일원 할머니는 그의 며느리가 과일이나 떡을 선린에게 주려고 할 때마다 주지 못하도록 간섭했다. 선린은 그런 할머니가 몹시도 미웠다.

하루는 선린이 삼일원 근처에서 놀다가 몹시 갈증을 느꼈다. 그는 숙소 옆 우물가로 갔다. 그는 우물에서 물을 떠 마셨다. 우물 옆에는 큰 양푼에 도토리를 빻은 가루가 묵을 만들기 위해 물에 담가 있었다. 그는 할머니가 미운 생각이 들어가서 할머니를 골탕을 먹이기로 작정했다. 그는 바지를 내리고 고추를 내놓고서 큰 양푼에다가 오줌을 누었다. 그가 오줌을 누는 중에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잽싸게 바지를 올렸다. 그러나 할머니는 선린이 대야에 오줌을 누는 것을 이미 다 보았다.

할머니가 선린을 향해서 고함을 쳤다.

“나쁜 놈! 거기서 뭐 하느냐?”

그는 몹시 놀라서 산 속으로 도망을 쳤다. 산 속으로 도망을 가는 선린을 향해서 할머니는 계속해서 소리를 쳤다.

“네 이놈, 벌 받을 줄 알아라!”

그는 삼일원 옆 산 속으로 달리고 달려서 늘 어머니와 함께 고사리를 캐던 어느 바위 밑에 주저앉았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두려워 사시나무처럼 온 몸을 떨었다. 아직도 해는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선린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바위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어떻게 할 바를 알지 못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때 그의 어머니가 그를 발견하고 그에게 말했다.

“삼일원에서 무슨 일을 저질렀구나!”
“…….”

선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삼일원의 할머니로부터 선린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다 알고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선린이 그의 집 가까이 오자 그의 아버지가 노한 얼굴을 하고 마당에 서있는 모습을 봤다. 그는 다리에 경련이 난 것처럼 걸을 수가 없었다. 선린은 그대로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오줌이 바지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엄한 말소리가 마치 천둥소리같이 들려왔다.

“빨리 오너라!”

선린은 잘못한 행동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그에게 바지를 올리게 하고 회초리로 종아리를 세게 쳤다. 어떤 때는 장단지에서 피가 흘러내린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상처난 종아리를 그의 어머니가 치료해 주면서 말했다.

“못된 행동을 하면 벌 받는다! 앞으로 조심해라!”

하지만 그날 선린의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지 않았다. 선린은 아버지가 회초리를 들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명령했다.

“나를 따라 와라!”

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아버지의 뒤를 따라 삼일원으로 향했다. 선린의 아버지는 삼일원 제1 숙소 옆에 있는 우물가로 그를 데리고 갔다. 바로 선린이 완전범죄를 저지르려고 시도하던 그 장소였다. 선린의 아버지는 도토리 가루가 들어있는 큰 앙푼 앞에 그를 세웠다. 그의 아버지는 양푼에서 도토리 묵 가루를 한 움큼 손으로 건지고 난 다음 선린에게 입을 벌리게 하고 그의 입에 집어넣었다. 그후 그의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들게 한 후 선린에게 말했다.

“내가 다시 와서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이대로 있거라!”

명령을 내린 후 그의 아버지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는 아버지의 명령을 준수할 수밖에 없었다. 선린은 자신이 눈 오줌이 배어 있는 도토리 가루를 제일 먼저 입에 넣었다. 선린이 조금 전 할머니를 해롭게 하려고 한 행위가 선린 자신에게 먼저 돌아오고 말았다. 그는 나쁜 짓을 했지만 이렇게도 빨리 처벌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죄를 짓는 순간 벌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

선린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려 내렸다. 그러나 손이 하늘로 향해 들고 있어서 눈물을 닦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손을 든 팔이 자꾸 아래로 내려오려고 할 때마다 아버지 명령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단 1분을 지내는 것도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때 어머니가 찾아왔다.

“앞으로 죄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을 할 수 있니?”

어머니가 말했다.

선린은 입에 묵 가루를 담고 있어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의 머리를 어머니에게 끄덕이는 것으로 약속을 대신하였다.

“팔을 내려라!”

선린은 팔을 내리려고 해도 마치 나무토막처럼 굳어 있는 것같아 내리는 데도 힘이 들었다. 선린의 어머니는 선린이 팔을 내리자 그의 입을 열게 하고서 손으로 입안에 있는 묵반죽을 꺼내주었다. 선린은 비로소 죄에 대한 용서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팔은 괜찮냐?”
“예, 그런데 어머니 어떤 때는 왜 죄를 지어도 처벌을 안 하지요?”
“그건 사랑 때문이란다.”
“그럼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시지 않나요?”
“아니란다. 벌하는 것도 사랑의 하나지!”
“왜요?”
“앞으로 죄인으로 살지 않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니까.”
“어머니, 어디까지가 죄가 되나요?”
“세상의 죄라는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고 또….”
“또 무엇이 있습니까?”
“죄에 대하여라 함은 ‘저희가 나 그리스도를 믿지 아니함’이라고 성경이 말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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