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의 노래, 독주가 생수로 변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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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의 노래, 독주가 생수로 변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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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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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 / 예수로교회

88서울올림픽 무드를 타고 동구권과 중국 등 미수교 국가 간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민간 경제의 교류와 물밑 접촉이 활발할 즈음으로 기억된다. 특히 중국과의 민간경제교류는 양국의 필요에 의해 급물살을 타고 많은 기업들이 합작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하얼빈시 합작투자협정 조인식 때의 일이다. 마침 오찬 후에 이루어진 조인식이라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모든 협정 내용이 이미 실무자선에서 다 검토가 끝난 터라 쌍방이 서명만 하면 되는 순서였는데 마침 시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건배제의를 하였다. 준비된 건배주가 중국산 명주(名酒)였기에 망설임 없이 다들 건배를 할 참이었다.

당시 필자는 평신도 집사로 이제 막 은혜를 받고 새벽기도도 열심히 다니며 나름대로 성령충만한 명색이 개척교회 기둥집사였다. 몇 백만 불짜리 수출계약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고, 분위기도 좋은데 건배주 한 잔 정도야 어쩌랴. 이제 십일조도 많이 드릴 텐데 좋은 일인가 하는 생각에, 막 건배를 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성령의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다.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하고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도록 환관장에게 구하니 하나님이 다니엘로 하여금 환관장에게 은혜와 긍휼을 얻게 하신지라’(단1:8) 그렇다. 중국산 명주도 나에게는 독주임이 분명하다. 비록 이곳에는 내가 그리스도인인 것을 아는 사람이 없을 지라도 지금 하나님이 나를 보고 계신다는 생각에(coramdeo) 독주 한잔으로 신앙성결의 신조를 무너뜨리고 자신을 더럽힐 수 없다는 확신이 불현 듯 엄습해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들었던 건배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좌중을 향해 양해를 구하고, 건배주를 생수로 바꾸어달라고 간구했다. 이것이 중국 관시(關契)문화에 얼마나 큰 결례가 되는 경우인지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순간 공식석상에 건배를 하려든 시정부 사람들과 관계자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경색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시장은 건배 잔을 내려놓고 푹석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흰 종이에 무언가를 쓰더니 당 비서를 통해 나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이젠 뭐가 잘못되는 모양이구나!’하고 불길한 마음으로 백지를 펴보니 거기에는 ‘진정’(眞正)이란 두 글자가 한자로 적혀있었다.

그러자 시장이 자리에 일어나 근엄한 표정으로 좌중에게 말했다. “본국은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지만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선생님이야말로 진실로 참되고(眞), 바른(正) 진정한 신앙인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신앙을 존중하는 의미로 우리 모두 생수로 바꾸어 건배합시다!” 그래서 좌중이 다 생수로 건배를 하게 되었다.

과연 대국에서 대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예수님은 가나 혼인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셨는데 나는 중국에서 독주를 생수로 바꾸었으니 기적이 따로 있겠는가. 게다가 조인식이 끝난 후 시장은 별도로 필자를 초청하여 중국내 주요 성시에 합작투자 우선권을 보장 추천해주었다. 그로인해 물질축복은 물론 정관계 요로의 유명 인사들과 개인적인 교분도 두터워지게 되었다.

지금은 사순절 기간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사순절을 경건하게 보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이제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더욱 구체적이고 전인적인 경건의 실천에 힘써야 할 때이다. 믿음은 작은 곳에서 무너진다. 만일 우리가 그토록 사모하고 애태우며 기도했던 평생의 기도제목과 소원들이 끝내 이루지지 않는다면, 그 때도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가? 결단코 포기하고 내려놓을 수 없는 우리의 욕심과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부서져도, 그때도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가?

못하는 것은 믿음의 문제요, 안하는 것은 순종의 문제요, 안 되는 것은 응답의 문제다. 우리가 부를 사순절의 노래는 패잔병들의 신음소리가 아니라 핏소리 나는 십자가의 복음이다. 이삭을 번제단에 올린 나의 복음이 사순절의 노래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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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3-12 23:39:27
요15장의 참 포도나무는 예수님이셨고 가지는 제자들이었으며, 이 제자들로 열매가 많이 열렸으니, 이는 곧 생명의 말씀으로 된 것이다. 또 계시록 17장의 바벨론의 왕 음녀는 다니엘 4:20-22의 왕으로서 열매가 많은 나무 즉, 선악나무이다. 포도나무에서 포도가 나오고 포도에서 포도주가 나오니 우리의 영을 죽이는 음행의 포도주는 과감히 청산하고 참 포도나무에서 난 포도주만 마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