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약탈적 대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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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약탈적 대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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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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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요즈음 사람들 살기가 너무나도 팍팍하고 힘들다. 한창 나이에 그동안 일하던 직장에서 명퇴라는 이름으로 쫓겨나다시피 해서 퇴직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의 경직성이 심해서 한 번 직장을 그만두면 능력 불문하고 다른 직장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고 이자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을 만큼 퇴직금을 넉넉하게 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퇴직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자영업을 시작한다. 가지고 있는 자금이 부족하니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장사가 잘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3년이 못가 문을 닫는다. 무슨 사업이든지 한 번 시작했다가 문을 닫게 되면 투자한 돈의 상당한 부분을 건질 수 없을 만큼 타격이 크다. 생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빌린 돈에 대한 이자조차 내기가 힘들어진다. 손쉬운 것이 카드라 카드를 긁어 급한 불을 꺼보지만 얼마 못가 연체가 되고 갚아야 될 이자금액은 점점 더 늘어만 간다.

이쯤 되면 채권자들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리 때가 비틀거리는 짐승 한 마리를 놓고 달려들어 뜯어먹듯이 생활 근거가 되는 집부터 삼키기 시작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약탈하듯이 가져가 버린다. 미국에서는 2008년 모기지 사태 당시 이와 같은 일로 많은 사람들이 몰락하자, 상환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약탈적 대출로 규정하고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약탈적 대출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에 일어난 카드사태다. IMF사태로 경제가 위축되자 정치권에서는 소비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법으로 묶어 놓았던 1인당 70만원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해제시켜버렸다. 그러자 카드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현금서비스 금리가 30%가까이 될 정도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돈 벌이가 된다는 생각에 누구에게나 ‘묻지마’ 카드발급을 했다. 현금서비스도 대출인데 카드를 발급받는 사람의 상환능력은 아예 관심 밖이었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선물까지 덤으로 주며 통사정을 해가며 카드를 발급했다.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빌린 돈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되든 말든 그것은 사용하는 사람의 사정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10장 이상의 카드를 발급받은 경우도 흔했다. 돈에 목말라 있던 저소득층의 사람들은 고금리임에도 카드로 돈을 빌려 구멍가게를 열고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대출상환기일이 도래하여 상환자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카드사에서 돈을 빌려 저 카드사의 대출을 상환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지경이 되자 카드회사의 자금조달시장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드회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이미 발행했던 회사채가 기일이 도래하면 자금을 상환해야 했다. 카드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카드회사들은 제일 먼저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여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돈을 갚으라고 목을 조았다. 그러나 그들은 갑자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연체가 무더기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연체율이 높아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카드회사들은 다른 카드사들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하려고 갖가지 악랄한 방법을 다 동원해 빚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전화를 걸었다. 때로는 협박조로 독촉하기도 했다. 카드대출을 이용하라고 통사정을 할 때는 언제고 카드빚을 갚을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시간적인 여유도 주지 않고 이제는 막무가내로 빚을 갚으라 하니 갚을 길이 없다. 서민들이 하나 둘 생업의 터전이었던 가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카드빚을 못 갚으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이렇게 해서 하루아침에 꿈이 날아가고 파산한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4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들은 더 이상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경제적인 불구자들이 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약탈적 대출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10월 2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환능력이 없는 학생, 청년, 주부, 저신용등급자 중에서 고금리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18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사정이 급하니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빌릴 수밖에 없지만,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는 상환능력을 고려해서 대출해야 한다.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돈을 빌려주는 동기가 불순하므로 대출회수 방법에 대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이 약탈적 대출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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