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땡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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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그랑, 땡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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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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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땡그랑 땡그랑” 어릴 때 듣던 시골 교회 종소리가 춘천 명동 한 복판에서 오후 6시면 들려옵니다.

한국 교회 초창기에는 종을 쳐서 예배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사람들은 예배당에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렸지요. 그러다가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차임벨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더 멀리 더 크게 들려지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교회에 종이 거의 없습니다. 있더라도 타종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계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 종소리가 시계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동 한 복판에서 종소리가 울립니다.

종소리는 단지 시계의 역할만을 한 것은 아닙니다. 종소리는 시간을 알리는 것과 함께 다양한 상황에서 신호를 보내기 위한 역할도 했습니다. 전쟁이 났을 때에는 외부의 적을 알리는 데 사용했고, 불이 났을 때 위험을 알리는 역할도 했습니다. 밀레는 만종이라는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습니다.

하루일과가 끝나고 석양이 넘어가는데 저 멀리 교회에서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넓은 들판에서 일하던 부부는 종소리를 들으며 하루일과를 마치게 됨을 감사하며 기도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그려져 있지요. 이처럼 종소리는 여러 가지 의미와 역할들을 감당했습니다.

교회의 종 모습은 동양의 종과는 몇 가지 다른 부분들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타종하는 방법입니다. 동양의 종은 밖에서 타종하여 안쪽에서 울려 퍼지는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은은한 울림이 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교회의 종은 높은 곳에 설치되어있고 대부분 안쪽에서 타종하여 소리가 바깥쪽으로 퍼져나가게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타종방식은 교회에서 솟아나는 아름다운 사랑의 소식, 그리스도의 기쁜 복음의 소식,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감사의 소식이 교회에서부터 온 동네로 전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우리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 복음, 감사가 도심지에서 하루하루 바쁘고 정신없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전해지기를 소망하며 사라졌던 종탑을 다시 복원하게 되었습니다.

춘천동부교회의 창립 74주년을 맞아 예전 모습 그대로, 교회 한편에 보관되어 있던 그 종으로 종탑을 세웠습니다. 크고 화려하게, 웅장하고 멋지게 종탑을 세울 수도 있지만 예전모습 그대로 소박한 모습으로 복원하였습니다. 누구나 바라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도록 그렇게 종탑이 세워졌습니다.

우리교회 종은 누구나가 울릴 수 있습니다. 교우들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누구나가 종을 울릴 수 있습니다. 간단한 신청을 통해 지역사회와 그 속에 있는 교회를 향해 종을 울릴 수 있지요. 어떤 가정은 자녀의 출생을 기념하며 타종을 했습니다. 어떤 가정은 간절한 기도의 제목을 품으며 타종을 했습니다. 종이 울릴 때마다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가 담겨질 것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울고 웃으며 감사하고 찬양하는 이야기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땡그랑 땡그랑 종소리가 울리면 친구를 만나던 젊은이들이, 길가에서 물건을 파시는 어르신들이,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친 가장들이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종탑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어떤 이는 신기해하고, 어떤 이는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오늘도 함께 하신 하나님을 묵상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해질녘 즈음에 종소리를 따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온 마을에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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