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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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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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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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교사 (서울공업고등학교)

교권추락 문제를 비롯해 최근 청소년 자살과 폭력 문제가 주요 사회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학생을 위한 기독교사의 방향성을 토론하고 제시하는 2012 기독교사대회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원주 연세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날 소개된 두 개의 주제 강연을 요약해 실었다. <편집자 주>

오늘날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배움이 기쁨이 아닌 고통의 원천이 되는 데 있다. 원래 배움은 기쁨을 주는 것이다. 목회자이자 교육학자였던 코메니우스는 배움이란 새가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이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 학교는 인간의 타고난 배움의 욕구를 없애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배움이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출세나 경쟁의 수단이 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의 또 다른 문제로는 모두가 다 함께 배움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못하는 아이는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원래 공교육의 목적은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영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학교 설립을 말했을 때 그 주된 이유는 일반 평민 자녀가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학교의 최우선적 목표는 모두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학교는 사회 문제를 바로잡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사회 문제를 증폭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문제다. 학교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철학을 상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학교폭력으로 드러나는 관계성의 붕괴 현상, 묻지 마 진학으로 소명 없는 진로 선택 또한 중요하게 취급할 문제다. 그러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학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이다. 배움의 기쁨은 관계성의 회복과 소명의 발견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 이유는 관계성이 붕괴 한 상태에서 배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고 소명을 발견한 아이가 배움도 희망차게 추구할 수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학입시 경쟁과 그 원인이 되는 사회양극화와 일자리 분배 문제 등의 난제 속에 모두가 이런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교육 영역에서 바꿔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몇 가지 대안 중 먼저 시험 중압감 완화를 위해 초등학교 교육을 입시 중압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고교 단계의 입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점수 위주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평가 체제를 개혁해 성취 중심의 절대 평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온전한 절대 평가제를 위해서는 영역별로 학생 상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한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적어도 전체 학생의 10% 정도에 대해 특별지원교사를 붙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학습부진학생의 경우 가정환경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지역사회와 협력해 교육복지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또 과도한 학습 내용으로 진도만 빼는 수업을 하지 않게 교과서 내용의 50% 수준을 선택교육 과정으로 돌려 이 부분에 대해 교사의 자율성 부여 및 학생들의 관심과 필요를 존중한 다양한 수업이 가능한 길도 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최후의 보루는 교사다.

교사에게 주어진 권한을 십분 활용한다면 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교육적 공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배움의 기쁨을 상실한 아이들에게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보여주는 교사,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도 배움에 동참하게 도와주는 교사, 아이들과 따뜻한 소통의 장을 만드는 교사, 이런 교사 등이 희망이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학교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책적 노력과 교실 현장에 살아있는 실천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교실 현장의 실천이 분명한 방향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주어진 목표가 아니라 교육과 학교의 본질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교사의 내면에 뿌리내려야 한다.

또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가 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또한 나의 모든 교육 활동이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혹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때로는 기존의 제도와 방향에 맞서는 용기도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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