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장로의 아들, 딸, 사위 등 세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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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장로의 아들, 딸, 사위 등 세습 못해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8.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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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감리교 장정개정위원회에서 최종 확정

▲ 기독교대한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 권오서 목사는 지난 27일 서울 종교교회에서 장정위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교회 사유화 주범으로 지목받는 ‘목회세습’을 법적으로 원천 차단하는 법안이 감리교 입법의회에 상정된다. 일명 ‘교회세습방지법’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아들이 아버지의 교회를 물려받을 수 없으며, 장로 등 교회 내 기득권자의 자녀와 배우자도 연속해서 목회를 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기독교가 ‘세습’ 문제를 법적으로 접근한 것을 감리교가 처음으로 장정개정안 논의만으로도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27일 종교교회에서 모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위원장:권오서 목사)는 ‘교리와 장정’ 제36조 ‘담임자의 파송’에 대한 개정안을 확정하며 오는 9월 열리는 입법의회에 이 내용을 상정키로 했다.

개정된 제36조(담임자의 파송) 2, 3항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세습에 대한 가능성을 차단했다. 장정개정위원장 권오서 목사는 “감리교에서는 ‘세습’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며 ‘동일교회’라는 법적 표현을 들어 설명했다.

권 목사는 “실질적으로 부모의 교회를 이어받아 목회를 잘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회의 요구가 그렇고, 교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세습방지법 마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법은 사회를 향한 선언적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실제로 감리교가 교회세습을 방지하는 법 개정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부유한 대형교회의 대물림은 오래 전부터 기독교단의 고질병으로 지탄받아 왔다”며 “교계 전체가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중병에 걸린 상황에서 이런 개혁입법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교계 안팎에서 세습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6월 예장 합동의 대표적인 교회인 충현교회 원로 김창인 목사가 세습을 회개하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10여년 전 광림교회 세습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지만 일부 교회가 세습 후 안정적 목회 이양에 성공하고 ‘세습’이 정당화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이후 중형교회까지 확대되며 전 교단에 만연해진 교회세습이 김창인 목사의 회개 발언 이후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된 것. 이 과정에서 세습이 가장 많은 교단으로 감리교가 꼽혔고, 지난 4년의 갈등을 딛고 정상화로 향해가는 감리교로서는 교단 이미지를 쇄신하고 대사회적 신뢰를 높일만한 극약처방의 필요성을 느껴 ‘세습방지법’을 상정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감리교는 확정된 세습방지법안을 임시입법의회에 상정한다. 하지만 통과여부는 입법 총대 500명 중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감리교 장정개정위는 이날 세습방지법 이외에도 정회원 전체로 선거인을 확대하는 내용과 선거운동기간 축소, 실효된 후 10년이 경과한 후에는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는 완화 조항 등을 확정했다.

권오서 목사는 “임시입법의회가 급하게 결정돼 장정개정을 한 달 만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때문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만 우선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리교 세습방지법 입법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미래목회포럼(대표:정성진 목사)는 즉각 논평을 내고 “환영과 지지”의 뜻을 전했다. 미래목회포럼은 “감리교가 입법을 시도하는 교회세습방지법은 부자 세습을 넘어 장인, 장모와 사위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교회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교회가 공교회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세습으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의 공교회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한 미래목회포럼은 “하나님의 뜻이나 교회법을 공정하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연줄에 의해 청빙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며 세습이 지닌 인본주의 가치관을 경계했다. 미래목회포럼은 또 “감리교의 장정개혁을 시작으로 전 교단이 동참하는 선한 영향력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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