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삶을 십계명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

십계명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찾아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십계명이 성경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데 있다.

우리가 십계명을 발견할 수 있는 본문은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이다. 구약성경의 근간은 모세오경이며, 모세오경의 핵심은 신명기 12-26장이며, 이 장들이 상세하게 설명하는 원래 계명이 출애굽기 20장에서 23장에 나타나며, 십계명이 그 중심에 있다.

출애굽기 20장은 모세가 시내 산에서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받아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전한 십계명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신명기 5장은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갈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 내용을 다시 상기시키고 명령하는 일종의 유언설교를 담고 있다.

신명기에서 모세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공동체 사이의 언약이 하나님께서 이제 가나안에 들어가고자 하는 새로운 이스라엘 공동체와 맺은 언약임을 강조한다(신 5:3).

이를 통해 모세는 하나님께서 시내 산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와 언약을 맺으시고 주신 십계명이 그 당시 공동체에만 적용되는 삶의 기준이 아니라 40년이 지난 시점에도 적용되는 삶의 기준임을 강조한다.
신명기는 하나님의 명령을 새롭게 하는 기록이라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기억하라'이다. 기억하는 행위는 이전의 것들을 머리로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다시 실천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가나안에 들어갈 이스라엘 공동체가 시내산 언약에서 주어진 십계명을 기억하는 일은 그 십계명대로 사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십계명은 시내산에 모였던 공동체만 살아내야 하는 규범이 아니라 시내산 이후의 공동체도 살아내야 하는 규범이기도 하다.

십계명으로 요약되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렇게 기억하는 행위는 구약성경 전체에 나타난다. 십계명은 모세오경에서뿐 아니라 성문서에서도 나타난다. 시편 15편은 하나님께 예배하러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묘사할 때 십계명을 그 주요내용으로 삼는다. 주의 장막에 머무르고 주의 성산에 사는 사람은 1계명에서 4계명까지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이웃을 해하려고 거짓증거하지 말라는' 9계명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는 "정직하게 행하며 ...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 그의 혀로 남을 허물하지 아니하고 그의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웃을 비방하지 아니하는"(시 15:2-3)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자들을 존대"함으로써 제5계명에 순종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뇌물을 받고 무죄한 자를 해하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제6계명을 지키는 사람이며,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주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8계명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는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않음으로써 7계명도 지키는 사람이다.

시편 15편은 십계명 중에서 사람들 사이에 적용되는 여섯 가지 계명을 좀 더 자세히 적용한다. 이 계명들을 지키는 사람은 1-4계명의 핵심인 하나님 사랑과 하나님 예배를 온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시편 15편은 십계명이 이스라엘 왕정시대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십계명을 시편 81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편 81편 5절은 이스라엘의 절기와 관련해서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언급한다. 6절과 7절은 하나님께서 고통 받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건지셨으며 홍해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구하시고 이집트 군대는 수장시키신 사실을 기억시킨다.

이를 통해 이 구절들은 출애굽기 20장에서 간략하게 나오는 십계명 서문을 좀 더 자세히 풀어 설명한다.
 
"너희 중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9절은 십계명 중 하나님과 관련되는 계명들을 표현한다. 10-12절은 시편이 기록되었던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을 묘사한다. 13절에서 하나님의 도를 따르라고 권할 때, 이 도는 십계명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14-16절에서는 하나님은 십계명으로 대표되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기름진 밀과 꿀로 먹이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시편 15편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이웃사랑은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겨냥한 것이라면, 81편은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는 상황에서 1-4계명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십계명이 변치 않는 절대적인 규범이지만 각 문제 상황에 따라 그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