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사태, 자기 공동체 문제로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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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욱 사태, 자기 공동체 문제로 받아들여야”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8.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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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여성, 전병욱 사태에 대해 입을 열다

전병욱 목사 성폭력 사태에 대해 기독여성들이 입을 열었다. 서울여대 새벽이슬과 여성주의 연구살롱 ‘나비’, 청어람아카데미가 공동주최한 ‘전병욱 사태를 보는 또 하나의 시선’ 토론회가 지난달 31일 명동 청어람에서 열렸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 유연희 교수(감신대)는 사무엘하 11장의 말씀을 통해 다윗의 성폭행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설명했다.

유 교수는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를 로맨스로 해석하고 있지만, 사무엘하의 화자는 ‘다윗이 한 일이 주님 보시기에 악했다’는 말로 분명하게 다윗을 정죄하고 있다”며 “화자는 다윗이 명백히 권력 남용에 의한 강간을 저질렀으며 그것을 감추려고 살인까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윗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밧세바의 말 역시 강간범에게 책임을 묻는 용감하고 단호한 말이었다”며 “다윗은 밧세바와의 결혼을 통해 정욕과 살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회, 현장에서 바라본 전병욱 사태’를 주제로 발표한 박현철 청년부 전도사(예수마을교회)는 “전병욱 사태 해결을 위한 과제가 전병욱 개인, 그가 속한 교회, 교단 등으로만 집중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 목사님, 우리 교회는 그런 문제가 일어날리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도사는 “개교회들은 한국 교회의 큰 문제들을 대할 때마다 이것을 자기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전병욱 사태를 본다면 단지 전병욱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고 그 증거로써 그를 압박해 개척을 멈추게 하거나 목사직을 면직시키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과제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전도사는 “한국 교회 내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늘 문제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교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문제를 다루고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어떻게 해야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정당하게 징계하여 정의로운 화해와 회복을 이끌어내는 일꾼으로서 교회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회 내에서 성담론이 늘 추상적이고 소극적인 형태로 유통되어 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 담론이 빈약하니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도 형성되지 못했고, 능력 자체도 배양되지 않았다”며 “교회 내에서 적실한 성담론을 차근차근 형성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그리고 피해자 인권’을 주제로 발표한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유리화영 소장은 교회 내의 성폭력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유 소장은 “종교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는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성폭력의 문제와 권력의 문제를 더 집약적으로 갖고 있다”며 “성폭력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는 가해자가 본인의 무죄를 입증하기보다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범죄는 흉악한 사람을 통해 발생된다는 상식을 갖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는 사람,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당하는 성폭력은 범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성직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다면 그 성직자를 신뢰하는 사람은 몇 명이 아니라 교회, 교단 전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피해자는 피해 경험을 쉽게 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회를 떠나는 방식으로 가해자와의 단절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유 소장은 종교와 연관되어 발생하는 성폭력의 유형으로 △종교적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있는 신도에게 안수처럼 행해지는 경우 △목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접근해 친밀감의 표시라고 하거나 애인관계였다고 하는 경우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종교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도 1인이 성범죄를 공론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론화했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매우 섬세하게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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