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 유산의 보고 ‘정동’그 속에 ‘성공회성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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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 유산의 보고 ‘정동’그 속에 ‘성공회성당’이 있다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6.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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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구장 집무실 양이재의 숨겨진 이야기

근대 문화유산의 보물창고 ‘정동’. 이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지난달 26일 하나씩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마련한 ‘근대문화유산1번지-정동 재발견’은 덕수궁에서 시작된 구한말 대한제국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고종이 몸을 피했던 러시아공사관, 경운궁(덕수궁)의 황실 도서관이었던 중명전, 황족과 귀족 자제를 교육하기 위해 설치된 근대식 교육기관 양이재는 우리가 미쳐 살피지 못한 역사를 담고 있었다.

근대문화유산의 거리 정동의 중심에 위치한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정동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자리에 기독교 문화 유적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주교좌성당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이날 서울주교좌성당은 보란듯이 속살을 드러냈다. 서울 사대문 안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지하 무덤과 납골당부터 금남의 집으로 알려진 성가수녀원까지 호기심을 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오게 만들었다.

서울시 문화재 35호로 지정된 이곳은 대한성공회 3대 주교 조마가 주교가 재임하던 1926년 헌정식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건축은 미완성으로 남고 말았다. 교회의 원형을 복원하고 싶은 열망이 전해진 것일까. 1990년대 초 영국의 도서관 사서였던 한 관광객이 “이 건물의 설계도를 보았노라” 전했다.

그리고 1993년 영국의 한 도서관에서 설계도를 발견해 지금의 십자가 모양 성당을 완성할 수 있었다. 웅장한 예배 음악을 담당하는 파이프 오르간도 자랑거리. 해리슨사가 2년 10개월의 제작기간에 걸쳐 만든 예배용 파이프 오르간은 20개의 음전과 1450개의 파이프가 있어서 여러 가지 맑고 풍부한 음색을 표현한다.

이한편 성당 한 켠에서는 ‘양이재음악회’가 열렸다. 덕수궁 안에 있던 양이재가 성공회 성당 내 관구장 집무실로 쓰인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성공회 성당 안에 위치한 양이재는 등록문화제 267호로 대한제국 마지막 왕실 공사 경운궁을 중건할 때 궁 안에 건립됐다. 1906년 궁 안의 황족과 귀족의 자제를 교육하기 위해 설치한 근대식 교육기관 수학원으로 사용됐다. 1912년에는 대한성공회가 임대해서 쓰다가 1920년 매입했고, 192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양이재 앞에서 울려 퍼지는 단아한 해금의 소리만으로도 황홀한 주말, 성가수녀원은 관람객에게 보너스 선물이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수녀원은 놀랍게도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옥으로 지어진 건물 칸칸에서 수녀님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작지만 잘 꾸며진 정원에서는 ‘평화’의 향기가 피어올랐다.

정동에서 보낸 주말. 도심을 걷다 문득 정동길에 발길이 멈춘다면, 문화재로 남은 성공회성당을 찾아가 그 속에 간직한 역사를 돌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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