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보적 정의에서 벗어나 회복적 정의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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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보적 정의에서 벗어나 회복적 정의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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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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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오 대표 (좋은교사운동)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학교나 교사들의 책임, 정부와 교육구조의 문제만은 아니고, 가정과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고, 그리고 한국 교회도 책임이 있다. 특히 한국 교회는 성도들의 삶, 차세대 아이들의 삶과 연결돼 있는 이 주제에 대해 책임 있는 응전을 하지 못했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적 진단과 교회의 실제적인 과제는 무엇인지 교육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요즘 우리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정부의 대책에 두 가지를 요구할 수 있다. 하나는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살펴서 원인제거에 집중하는 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발생한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엄벌주의적 자세만 가질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치유할 수 있는 대안들을 마련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은 정부가 이 모든 문제를 다 끌어안고 해결할 능력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갈 의지와 능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인 가정과 교회, 사회 일반에서의 협력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는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며 각자 해야 할 노력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일은 안된다는 뜻이다.

우선 내 가정에서부터 제대로 된 가정의 기능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의 교육적 기능의 회복 없이는 학교폭력 근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어 아이 학원비를 대고 성적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은 버리고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고민과 아픔을 품고 있는지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며 가치관 형성을 돕는데 우선적으로 시간을 쏟아야 한다.

특히 믿음의 가정에서 조차 아이가 위에서 성경적 가치를 형서하며 하나님이 그 아이에게 주신 은사와 소명을 찾아가는 일보다 학업 성적에만 관심을 갖고 가족들이 다 모여 예배할 시간이나 함께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인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아이들이 늘고 있는 현실도 동시에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가 양극화로 빈곤층이 급속히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장 좋은 방안은 전국 모든 교회가 공부방이나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 그 지역의 방치된 아이들을 흡수하는 것이다.

교회가 재정과 인력을 투자하고 국가는 교회가 운영하는 이 기관들에 대해 재정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큰 틀에서는 감독하는 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이렇게 지역 아이들을 돌보고 책임질 뿐만 아니라 교회의 훈련된 인적자원을 학교에 자원상담가와 갈등조정자로 파송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미 마을과 지역사회의 기능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우리 현실 가운데 교회가 적극적으로 마을과 지역사회의 역할을 통해 가정의 돌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폭력에 대해 응보적 정의나 중벌주의를 버리고 회복적 정의와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주 작은 폭력 사건이라도 발생했을 경우 교사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두 학생의 학 부모, 그리고 폭력을 지켜봤던 친구 등을 함께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임 가운데 피해학생이 폭력을 당했을 때 얼마나 괴롭고 수치스러웠는지 말하고, 피해자의 부모도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를 목격한 친구들도 얼마나 놀랬는지, 그리고 가해학생의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죄책감을 갖고 있는지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나눠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은 자신의 폭력이 그 친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줬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는지, 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관계를 파괴하는 것인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피해학생과 가족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향후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를 이야기하게 하고 그것을 그 모든 사람들의 목격 가운데서 실천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회복적 정의는 기독교 평화주의 전통에서 오랫동안 실천해왔던 방법인데, 이런 방식을 학교에 적용하기 위해 기독교사들이 먼저 나서줘야 한다.

끝으로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혹은 정치적인 면에서 볼 때 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 방식의 무한 경쟁 교육체계를 바꾸기 위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와 승자독식체계를 바꾸기 위한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는 단지 학교와 교육의 문제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교회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의 방향과 가치관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문제다. 앞으로 우리는 이 문제를 단지 하나의 사회 문제로 치부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본을 돌아보고, 작은 일상부터 큰 구조에 이르기까지 근본을 돌이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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