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재난이 닥친다" 교회 가상 대응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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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재난이 닥친다" 교회 가상 대응훈련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4.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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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돌선교회 지난달 27~29일 ‘북한사태 급변에 따른 재난훈련’ 실시

미국 재난구조 전문기관 직접 강의 및 자격증 수여
‘통일선물’ 등 교회와 성도 실제적 통일 준비 나서야


국내 혹은 인근 국가에 갑작스런 재난이 닥칠 경우 한국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만일 위기 상황이 우리의 형제인 ‘북한’에 일어났다면 한국 교회는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까?

수많은 통일 전문가들은 교회가 지금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일에 앞서 우려되는 상황이 있다. 그것은 ‘재난’. 재난이나 위기의 과정 없이 통일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남북관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만일에 대비하는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불광동 팀수양관에서는 ‘북한사태 급변에 따란 재난구조 훈련’이 열렸다. 통일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을 미리 연습하자는 것이다. 오랫동안 북한 선교를 해온 모퉁이돌선교회와 글로벌케어, 사단법인 위기관리재단이 함께 이 행사를 주관했다.

교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전국 교회에서 선교 담당자 및 통일 관심자 300여 명이 모였다. 강의는 미국 재난구조 단체가 담당했다. 북한 재난 대비의 시급성을 강조한 미국 HISG(Humanitarian Service Group International)는 산하에 IDRN(International Disaster Response Network, 국제재난구조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세계 재난 현장에 파송됐으며, 인도네시아 발리 쓰나미 당시 자원봉사자 10만 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는 IDRN에서 4명의 강사가 파송됐다.

2001년 창설된 IDRN은 31개국 55개 지역에 협력센터를 두고 훈련을 마친 3천100명에게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다. 즉, 이 과정을 수료한 사람만 재난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이다.

행사 이틀째 열린 강의에서는 재난지역에서의 안전과 보호, 그리고 미디어 대응방법 등을 다뤘다. 강사로 나선 데이비드 밥은 “재난의 현장에서 생활하게 될 경우, 항상 탈출구를 준비하고 믿을 수 있는 현지인 친구를 사귀어 두라”고 조언했다. 또 “외국에서 타인은 외모 자체로 노출이 불가피하다”며 “주변의 변화를 민감하게 체크하고 위기상황에 대비해 떠날 준비를 해놓으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의 대응 역시 “원하는 스토리를 미리 준비하고 당신들의 활동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말했다. 아프간 사태처럼 과잉한 보도가 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난구조훈련에서는 해외 강사 이외에도 글로벌케어 박용준 박사와 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총장도 강사로 나섰다. 박용준 박사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한 재난구조 경험을 전달했으며, 김진대 목사는 해외 선교사의 활동 위협과 교민, 현지 진출기업들의 체계적인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저녁시간에는 모퉁이돌선교회 대표이삭목사가 북한선교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재난구조 훈련이 ‘북한 급변사태’로 주제를 잡은 것은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 등 여러 변수 속에서 한국 교회가 추상적인 통일이 아닌 실제적인 통일을 경험하도로 하기 위한 것이다.

내란이나 전쟁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북한 전체가 난민촌이 될 수 있으며, 단순히 ‘복음’만을 가지고 북한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한으로 몰려올 북한 주민들의 이탈과 북한 구호가 필요할 경우 과연 한국 교회는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시온 선교사는 “통일에 앞서 북한에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한국 교회가 당황하지 않고 북한 선교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이번 훈련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며 “만일 북한이 정말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아무나 북한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내란이나 재난이 일어난 곳은 유엔이 관리하게 되고 허가받지 않은 구호 인력은 들어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그때 바로 구호물품을 준비하기 어렵다며 ‘통일선물’을 교회가 구비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선보인 ‘통일선물’은 의류와 담요, 신발과 생필품, 그리고 성경과 필기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선교사는 “통일선물을 진공팩에 담아 성도 가정에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가 북한에 위기 상황이 닥치면 한 성도가 한 명을 구하는데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모둥이돌선교회는 교회나 단체가 원할 경우, 통일선물을 진공팩에 담아 제공하며, 북한 위기상황에 따른 지침서도 제공한다.

2박3일 간 열린 이번 재난훈련은 한국 내 재훈련으로 이어지며, 국제 단체와 네트워크도 형성했다. 실제로 훈련을 마친 참석자들은 IDRN의 회원증을 수여한다. 이 자격증 소지자는 자연재해나 급변사태로 인한 재난 지역에 유엔이 개입할 경우,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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