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교회는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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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발효, 교회는 어떻게 변할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3.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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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관련 대책 시급...인간 상품화에 맞서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15일 0시를 기해 한국과 미국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이로 인해 미국산 자동차, 농축산물 등에 대한 수입 관세가 크게 인하될 전망이다. 또한 유명 브랜드 가방, 옷 등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세금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입산 농축산물의 가격이 하락해 생활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찬송가나 CCM 음악 저작권 등 교회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비가 여전히 미흡하다. 또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경쟁적 체제, 시장 만능주의적 사고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교회 내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저작권과 관련된 음반 및 출판 분야다.  교회 내에서는 여전히 성가대 악보 복사, 찬양 음악파일 공유 등이 만연해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할 경우 성도 개인, 개교회, 기관 및 단체가 소송에 휘말리거나 비싼 저작권료를 지불해야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회저작권협의회 오정혁 사무국장은 “한미 FTA로 인해 저작권법이 현재 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신앙과 삶의 불일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기독교 음악 저작권과 관련된 단체는 외국을 포함해 일곱 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오 국장은 “저작권 단체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어 교회들이 일률적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교회들마다 콘텐츠 사용량을 정리하고 통계화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강화된 저작권법에 따라 불합리한 저작료를 지불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설립된 한국교회저작권협의회가 교회와 음악 저작권자, 찬양사역자 간의 가교와 소통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 출판계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저작권이 인정되는 기간이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면서 그동안 무료로 사용했던 출판물 일부에 대해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은 “저작권과 관련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이미 출간된 도서들이 저작권법에 의한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해외 저작에 대한 번역 출판의 경우 더욱 면밀하고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법이 아니더라도 한미 FTA 등 세계화가 가져올 경제의 운영 방식의 변화가 성도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높다. 평화누리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경쟁적인 사회분위기, 시장 만능주의 팽배 등의 병폐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어 “인간의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개인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기독교인들 각자가 사회 변혁의 입장에 서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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