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가치의 관점에서 비판적 기능 수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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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가치의 관점에서 비판적 기능 수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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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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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교수 (숭실대 철학과)

올해 한국 사회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선거정국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교계 안에서 한국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올바른 정치참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심포지엄과 세미나들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에 기초해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성경적 정치관과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 정책들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적 가치관에 따른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그리스도인은 신앙의 진리를 믿는 이들이다. 신앙의 문제는 정치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신앙의 문제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타협 불가능한 문제다. 그런데 정치의 경우는 다르다.

정치가 요구되는 것은 의견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차이가 문제풀이과정과 같은 절차를 통해 발견된 정답을 통해 곧바로 해소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정치의 본질을 형성한다. 즉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적 공간에 모여 정치적 자유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소통과 조정의 과정 자체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정치 참여를 고려할 때 부딪히는 것이 정교분리의 이념이다. 정교분리의 의미가 종교는 정치와 무관해야한다는 식으로 이해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이해된 의미는 그와는 다르다.

정교분리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지정하여 그 종교에 영향을 미치거나 다른 종교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정교분리 이념을 시대에 따라 오용하거나 남용하여 왔다. 19세기 말에 한국으로 전래된 기독교는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개발독재가 이루어지면서 교회는 정교분리의 이념을 애매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영향력 행사하기를 피해왔던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사회 정치적으로 고통이 안겨졌던 과거와는 달리 정치적 활동이 자유로워진 오늘에 와서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여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보수적 신앙인들에게 이제 정교분리 이념이 그들 방식의 참여를 막는 장치가 되지 않는다.

신앙 자체를 정치 행위를 통해 전파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자신이 가진 신앙의 내용 가운데 보편화 가능한 가치를 자신의 정치 행위 가운데 구현하게 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우리는 기독교라는 이름과 더불어 정치적 행위를 할 때 문제가 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엄밀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한국 사회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정치적 인식의 부족과 정치 과잉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적 가치에 입각한다고 해서 어떤 문제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의 증후를 포착했다면 먼저 그 내용에 대해 공개적인 방식으로 깊은 숙고와 대화의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 태도를 표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입장 표명의 순간 다른 편의 입장에서 곧바로 적대적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것은 찬, 반의 입장표명 거부의 태도를 표명하는 것이며, 그 후에 몇 가지 문제의 내용에 대한 숙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과잉 정치화로부터 자유로운 숙의의 공간을 확보하여, 사안별로 실질적인 위험성을 따지는 고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는 이념 체계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 정치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해버릴 수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비극이 된다. 기독교는 보편성을 지닌 가치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그릇될 길로 나아갈 때 그것을 비판하는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 기독교는 종교와 무관하게 시민들로 하여금 사유를 가능하게 하고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여러 사안들을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방향의 노력 가운데 그리스도인은 정치공동체 가운데 소금과 빛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혜로운 그리스도인은 개인으로서 교회의 직분자인가의 여부와 정치가로서 기독교의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인정할 수 있는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는가의 여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하는 모습과, 드러나는 공간인 정치영역에서 착한 행실을 통해 빛이 되어야 하는 모습 모두가 요구된다.

과거에 어려운 정치적 상황 속에서 믿음을 지키며 세상 안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몸소 감당했던 이 땅의 신앙의 선진들의 노력이 첫되지 않도록,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과 같은 정치적 자유와 민주적 여건들 속에서 보다 조심스럽게 정치적 숙고의 길을 열고, 기독교적 가치의 관점에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며 참여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응답하는 덕을 갖춘 실천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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