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집단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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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집단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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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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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목사 (예장 통합총회 기획국장)

2012년은 이상하다. 온통 변화의 바람으로 술렁이고 있다. 변화가 찾아올 때 편안함 보다는 불안함을 느끼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는 확실히 “기성세대”인 모양이다. 새해를 맞으며 기독교계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막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미 안티 기독교가 우리 사회의 부정할 수 없는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안티 기독교를 대하는 교회들의 태도는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극치를 이룬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참고로 후안무치란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뻔뻔스러워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이들을 이른다. 부끄러움이 없다.

안티 기독교 현상에 대하여 “내 탓이오, 내 탓이오”하는 회개의 기도 대신에 “내가 한 것이 아니 구요, 쟤네들이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혹은 “악한 영과의 싸움…”을 운운하며 더욱 더 자신을 치장하기에 바쁘다.

사회 앞에 사람들 앞에, 심지어는 하나님 앞에서 조차 부끄러움이 없는 듯이 보인다. 이제는 거짓말을 해도 개인적으로 살금살금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떠들썩하게 뻔뻔스럽게 한다. 방금 전에 한 말을 순식간에 뒤집어 모른다, 아니다, 내가 하지 않았다고 잡아떼고, 책임을 전가하고, 핑계를 댄다.

이런 일들을 그냥 평신도들이나,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님들께서, 그것도 한국교계의 지도자라고 자칭 타칭 하시는 분들이 자행하는 일들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 분들은 아마도 에덴동산의 원죄 사건 이전을 살고 계시는 분들이거나, 아니면 우리 속에 있는 하나님의 모습을 무엇엔가 송두리째 팔아버린 분들일 것이다. 뻔뻔스러움의 도가 지나치다.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어쩌다가 교회는 여기까지 왔을까?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고, 앞으로 어쩔 셈인가? 우리들의 뻔뻔스러움의 밑바닥에는 집단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집단이기주의(集團利己主義)는 특정 사회의 개별 이익집단들이 공익보다는 그들 집단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이기주의는 흔히 실정법을 무시하면서 집단의 힘으로 자기 이익을 관철하려는 데에 문제점이 있다. 비록 특정 집단의 집단행동이 법적으로 정당하다 하더라도 공익 또는 이익분쟁과 관련이 없는 다수 시민의 이익을 심하게 침해할 때도 집단이기주의라고 한다.

한국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음으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존재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정의와 평화, 생명을 전하는 것이, 즉 복음 전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의 리그를 구성하여 그 안에서 끊임없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 교회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라면 한국 교회가 교회안과 밖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한다.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주면서 세상과 우리를 사랑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가진 것 모두를 복음을 위해, 예수를 위해 던져야 한다.
 
집단이기주의로 인하여 당파를 만들고, 서로를 고소하고 고발하여 세상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능사로 여기고, 나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기독교회가 된 것은 아닐까? 기독교인이면, 혹은 성직자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우리 모두 부끄러워하자. 집단이기주의에 눈멀어 복음을 왜곡되게 전했던 것, 복음이 아닌 것을 복음인 것처럼 포장했던 것, 나를 속이고 하나님을 속였던 일들, 기득권을 지키지 못할 까봐 전전긍긍하며 진실을 외면했던 이 모든 일들을 함께 부끄러워하고 우리만의 리그가 아닌 좀 더 넓은 가슴을 가진 교회로, 부끄러워하며 변화해가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을 교회 안에도 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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