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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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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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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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 (안산 영광교회)

“선교헌금 매달 1만 원 작정합니다!” 지금부터 38년 전, 담임 목사님께서 불과 4~50명도 안 되는 시골 교회에서 모든 성도들에게 선교헌금을 작정하게 하셨다. 당시 선교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모든 성도들이 전도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선교라는 말은 그리 익숙하지 않았던 터였었다. 비록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정성껏 선교헌금을 작정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선교헌금 작정서를 받아들었다. 그 때 필자의 나이 불과 16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목사님의 말씀과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 당시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 선교헌금 1만 원을 작정하고 적어낸 것이다.

예배 후에 목사님께서 나를 기도처소로 부르셨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형편으로는 매달 1만 원씩 선교헌금을 드린다는 것이 불가능하니, 1천 원씩만 드려라”고 말이다. 그러나 아직 어리지만 내 가슴 속에는 1만 원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드릴 수 있을 만큼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현실적으로는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옳았지만 그래도 작정한 대로 하고 싶었다. 매일 같이 선교사님과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고 항상 사모하는 마음이 있었다. 계속해서 작정한 대로 다 드리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열정을 보시고 나를 선교사로 부르셨을 뿐 아니라 그 선교의 열정을 가지고 목양하게 하셨다.

금번 아프가니스탄의 폭탄테러로 인해 자신의 생명을 드린 48세의 젊은 선교사, 아내가 전문의 의사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9살과 두 살 된 두 딸과 기꺼이 선교의 현장으로 달려가 비록 한 달밖에 안 되는 짧은 선교사였지만 하나님께서는 그의 생명을 바친 헌신과 열정을 받으셨다. 누가 그 위험한 곳에 가라고 떠밀지도 않았고, 그가 또한 떠밀리지도 않았지만 구원의 소망과 복음의 감격이 그를 선교지로 향하게 하고 말았다.

선교사는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생활환경이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하기에 삶 자체가 고달프고 힘들고 그리고 쉽게 지친다. 타 문화권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항상 긴장이 되고 스트레스가 된다. 때로는 현지인들의 위협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또 다른 문화이기에 본의 아니게 문화적 충돌로 인해 오해를 받게 된다. 선교사의 가족들은 더 쉽게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 항상 불안하기 짝이 없다. 본국에서는 단순히 선교비를 보내 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선교사들의 사역을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선교비 외에 더 많은 고통과 고충이 도사리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비롯해 심지어는 아내가 시장을 보는 문제까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단순히 얼마의 선교비를 송금하였는데 사역의 성과는 왜 그리 나타나지 않는가 하는 질책으로 인해 선교사들은 성과 위주의 사역으로 내 몰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교사들의 가슴 속에 타오르고 있는 복음의 열정을 어떻게 현지인들에게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오늘도 외롭고 고독한 곳에서 자신의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저미어 온다. 쓸쓸한 곳에서 익숙하지 않는 원주민들과 복음을 가지고 밤이슬을 맞아 가면서 씨름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다시 한 번 선교의 열정을 회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날 위해 갈 것인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리시는 그 분께 대답한 이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선교사이다. 내가 선교지에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는 거룩한 사명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이 부담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교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없다.

먼저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가를 찾아 돕고 후원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무이다. 선교사가 복음의 열정을 가지고 타 문화권에서 사역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제 그들의 필요를 찾아 그들의 사역에 불편함이 없도록 섬겨주며 후원하는 것이 성도의 또한 의무인 것이다.

내가 직접 갈 수 없다면 그들을 보내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요 거룩한 부담인 것이다. 그들을 보냈다면 이제는 그들의 삶과 가정을 책임져 주어야 한다. 새해에는 세계 선교를 향한 거룩한 부담감이 온 교회와 성도들에게 새로운 선교의 작정으로 승화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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