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에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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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 ‘안전지대’는 없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1.12.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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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기관리재단 ‘위기 디브리핑 세미나’

▲ 한국위기관리재단이 위기 디브리핑세미나를 열고 해외선교의 위험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위기관리재단)
지난 2007년 7월 19일,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성도 23명을 태운 버스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향하던 중 탈레반 무장 세력에게 납치됐다. 이후 42일간 이어진 이 사건은 두 명의 선교사가 희생된 후 정부가 나선 끝에 9월 2일 21명의 인질이 석방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한국 교회의 해외선교에 있어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던 사건임과 동시에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계기가 됐다.

해외 선교사들은 이처럼 많은 위험을 안고 선교지로 향한다. 다른 문화권에 나갈 때 종교와 문화, 환경이 다른 사역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선교사들에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천재지변을 비롯해 질병ㆍ범죄ㆍ테러ㆍ납치와 인질ㆍ안전사고 등은 선교단체와 현장 선교사 곁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들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이하 KCMS)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에 걸쳐 서울 본동 노량진교회 기념관에서 선교 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해 ‘위기 디브리핑 세미나’를 개최하고 멤버케어 역할, 위기관리 정책과 도구, 위기관리에 대해 강연했다.

KCMS는 “20세기에만 전 세계에서 4500만 명의 성도가 세계 각지에서 순교했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 한 세기 동안 매년 450만 명이, 매일 1,232 명이 순교한 셈이다. 이처럼 해외선교사들의 사역현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각종 사건, 사고, 고문, 억류, 납치 등과 같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어 위기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 해외선교의 위기관리 원칙
위기관리에는 기본적으로 변할 수 없는 원칙, 즉 기본정책이 있다.

KCMS는 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과 몸값 지불 불가 등 두 가지 기본정책을 제시했다. 정치적 중립은 현지나 국가, 국제적인 차원에서 비폭력적인 관점을 갖고 정치적 배경에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몸값 지불 불가는 선교사의 생명이 위협에 처한 위기상황이라도 어떤 몸값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위기관리 프로그램은 △글로벌 비상계획 △위기관리 컨설턴트 △위기 현상황 진단 △위기평가 도구 △위기와 위협 지침 △보안 코드 등을 통해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위기평가 도구는 위협단계를 가장 위험한 1단계에서 4단계로 분류해 보안코드를 ‘코드그린’ ‘안전’에서 ‘코드블랙’ ‘요주의’까지 나누어 상황에 맞는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 위기를 당했을 때 멤버케어
해외선교에서 위기를 당했을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기에 노출된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접하는 충격적인 사건에 뒤따르는 후유증이다. 심한 불안, 실신, 식욕상실, 피로감, 환각, 수면장애 등과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지는 이런 증상은 흔히 트라우마로 불리며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자연치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오늘날에는 전문성을 띤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즉, 최근에는 사고 이전과 이후로 나눠 각각 사고예방과 위험관리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위험관리의 경우 그 대상범주를 선교사 개인에서 가족까지 확대해 MK케어, 선교사 멤버케어, 선교사 부모케어 차원로 나누고 있다.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40~50년에 걸쳐 큰 정신적 상처와 고통을 남기게 되는 트라우마는 이후 이어질 선교의 전반적인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파급효과 때문에 KCMS는 멤버케어를 온전히 하는데 있어 ‘적시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외상이나 내면적 상처가 큰 사건일수록 멤버케어에 신속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 접근방식으로는 메디컬케어, 멤버케어, 영적케어 등 3가지 차원에서의 접근을 제시했다. 메디컬케어는 정기적 의료종합검진, 예상치 못한 질병 등에 대한 의료프로그램으로 선교단체와 지역 교회와의 연계성,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전제로 한다.

멤버케어의 경우 MK케어, 심리검사, 휴식 및 회복 프로그램으로 한국체류 시 숙소제공, 선교사 부모 소천 시 선교단체의 역할, 행정적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회적 돌봄을 통해 영적 케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위기 발생 시의 대응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 전문가와 핵심 대응팀으로는 초기대응자(BOB)와 위기관리위원회(CAT), 위기관리팀(IRT)이 소개됐다.

서구권에서 온 C 강사는 “초기대응자는 선교사가 위험에 빠지거나 자유를 잃게 되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관 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담당해야 하며 가족이나 담임목사, 단체의 리더는 여기에 해당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담임목사의 경우 납치범에게 억류자가 기독교 관련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알리는 셈이어서 적절치 않고, 가족의 경우 협상과정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맡아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기관 최고책임자도 인지도 뿐만 아니라 이후 추가 협상의 여지를 없앤다는 면에서 초기대응자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위기관리위원회(CAT)는 위기 상황에 대해 마지막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위기관리위원회는 단체와 스텝, 가족 그리고 시설들이 위협을 받을 때 중요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조화롭고 일관된 조치를 취한다.

한 특정 지역에서 실제적 혹은 잠재적 위기의 결과가 단체사역 수행을 위협할 때도 세워진다. 수직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침례교단의 경우 선교관련 위기사건이 발생할 경우 교단 소속 위기관리위원회에서 대안이 결정나면 바로 소속되어 있는 산하 4만3천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즉 비상시 위기관리위원회에 위기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과 권한이 주어진다.

위기관리팀(IRT)은 단체의 위기평가, 즉 특정 위기의 수준을 결정하며 사태보고 후 본부의 위기관리팀과 사건 대응팀을 가동한다. 위기관리팀은 각각 위기관리팀장ㆍ부팀장, 정보 담당자, 현지담당관, 지원담당자, 미디어대변인, 변호사, 의료맴버케어, 기도담당자 등으로 구성된다. 정보담당자의 경우 사고 관련자들의 모든 대화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위기관리팀 사역과 운영의 모든 것을 상세히 기록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미디어대변인의 경우 현지와 해외에 어떤 정보가 공유되어야 하는지 본부 위기관리위원회 미디어대변인과 긴밀히 동역한다.

KCMS는 ‘위기 디브리핑세미나’를 통해 각 선교단체마다 위기관리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할 것과 선교지 파송 전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현지 선교사의 정직한 보고체계 확립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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