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10월은 ‘귀신달래기’로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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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10월은 ‘귀신달래기’로 북새통
  • 뉴욕=윤영호 기자
  • 승인 2011.10.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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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31일 액운 쫓는다는 ‘할로윈 데이’ 이교풍습 이어와

철저히 계산된 소비시즌 맞춰 이교풍습 ‘놀이문화’로 정착 우려

미국이 첨단 자본주의 국가로 불리우는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미국인의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TV를 통해서고, 다른 하나는 철저하게 계산된 연중 월별이벤트를 통해서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 터졌던 리먼브라더스 부도사태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파산 등으로 미국에 대해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놓는 견해들이 많은데 어쩌면 정확한 진단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미국인의 생활 속에 스며든 삶의 패턴을 놓고 볼 때 가까운 장래에 미국의 파산은 기우라는 것이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유는 단 하나, 서민들의 지갑 속에 있는 달러들이 ‘일정한 주기’를 따라 예측 가능할 정도로 자본시장에 속속 나오기 때문에 미국연방정부에 달러부족사태가 일어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인의 삶 속에 스며든  첨단 자본주의 패턴이란 무엇일까.

첫째, TV다. 특별히 뉴욕의 경우는 엄청나게 많은 방송사와 함께, 이들을 먹여 살리는 광고물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200여 국가에서 몰려온 다인종 지역이기에 광고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이러다보니, 편성된 프로그램의 양보다 광고량이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오래전 방송사들이 도입한 방법이 ‘방송프로그램 토막치기’이다. TV에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가 15분을 넘지 않고 어김없이  5편이상의 광고를 삽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시간짜리 영화를 볼 경우 적어도 15편이상의 광고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철저하게  계산된 달력 스케줄이다. 미국은 매년 9월이 새 학년으로 진급하는 소위 ‘백 투 스쿨’(Back To School)시즌이다. 신발가게, 옷 가게, 문방구, 백화점 그리고 예방접종 및 건강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시기가 바로 9월을 앞둔 8월 중순부터 9월 초순까지의 진풍경이다. 그 어느 시즌보다 소비가 활기를 띤 시기라고들 한다.

그리고 찾아오는 시즌이 바로 10월31일에 있는 ‘할로윈’(Halloween Day)시즌이다.  이 시기를 앞둔  10월은 한 달 내내 호박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양초와 흉물스런 가면과 기괴한 복장 등 한국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형물들이 호황을 이룬다. 역시 소비를 촉진시키는 전략차원에서 할로윈이 지켜지는 것이다. 지금은, 귀신복장을 한 아이들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할로윈 데이가 숨기고 있는 비성경적 비기독교적 성격을 조금 후에 알게 되면 돈벌이 차원을 넘어 우리 모두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요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

11월이 되면, 세계적으로 지켜지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셋째목요일부터 시작되는데 이 시즌은 모든 학교들이 임시 방학을 할 정도로 거대한 명절인 만큼 엄청난 소비가 일어난다. 그리고 다가오는 시즌이 성탄과 맞물린 새해(New Year)이다. 이미 미국에는 오래전 성탄개념이 사라졌고 대신 새해가 그 자리를 채운 상태이다. 문구점에서는 성탄카드가 비인기 품목인 반면 연하장이 인기품목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은, 특히 뉴욕은 기독교적 색채가 거의 지워지는 문화적 탈색과정이 속도를 높이며 교회몰락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달력의 하반기는 매월 소비를 촉진시키는 시즌으로 가득 채워져 그야말로 국민들이 소비의 힘에 끌려 다니는 안타까운 계절인 것이다.

2011년에 나타난 할로윈 풍습은 바로 미국의 기독교문화 탈색의 현 위치를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뚜렷한 징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할로윈 풍습은 2,500년 전 영국 아일랜드에서 살았던 ‘켈트족’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이들은 여름의 더위가 식어지는 10월31일을 끝으로 한해가 지나고 11월1일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지켰다. 이들이 지킨 할로윈의 의미는 두 가지. 하나는 10월31일에 모든 불을 끄고  새해인 11월에는 새로운 불을 사용하여 풍요를 기원한다는 것이고, 이와 동시에 두 번째로는 모든 나쁜 귀신을 내쫓아 좋은 일만 일어나도록 한다는 의미인데, 이들이 새로 붙인 ‘불’이 당시 이교도의 제단에서 붙인 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나쁜 귀신을 달래기 위해 각종 제사를 지냈는데 심지어 ‘인신제사’를 지낸 적도 있어서 할로윈의 기원을 볼 때 본질적으로 기독교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풍습이 가톨릭에 흡수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11월1일에 지켜진 ‘만성절’(All  Saints’ Day)이며, 그 전날이 만성절 전야(All Hallows’ Evening)로서 이 단어가 기원이 되어 할로윈(Halloween)이 됐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할로윈 시즌이 되면,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떠나 일부지역에서는 유리창을 깬다든지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들이 나타나면서 범죄의 기회로 악용되는 사례도 증가된다는 집계도 나와 있다.

미국교회와 미국의 한인교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귀신을 달래기 위해 지켜지던 이교도의 풍습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육을 반복하기도 하면서 가정에서도 부모를 통한 훈계와 각종 자료를 통해 할로윈의 문화적 정착을 막는데 힘을 기울였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자녀들은 할로윈의 자극적인 문화적 충격에 동화되는 상황이다. 혐오스런 복장을 하고 길을 다니는 것이 우월감마저 들게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각종 스토어에는 신체일부를 절단한 조형물들과 피 흘리는 좀비들, 더러운 귀신의 형상을 본 뜬 인형과 가면들이 즐비하다. 아이들은 이같은 것들을 보며 성장기를 지내고 있어 신앙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폭력을 도리어 조장하는 슬픈 미래만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영국인들이 미국에 이주하며 미국식 할로윈으로 정착을 맞은 최근의 상황은, 미국의 소비자본주의의 시스템에 맞물려 돌아가면서 폭력과 범죄의 가능성을 농도 짙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회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매우 작은 게 현실이다. 이미 높아진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교회의 위상이 실추된 것이 미국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소수민족으로서 살아가는 한국인, 그 중에서도 한인기독교 공동체의 위치이다. 이민 2세로서 무지막지하게 미국사회에 동화되는 가운데, 비기독교적이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이교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할로윈 시즌’을 흥미롭게 바라보거나 참여하는 비율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직적으로 소비문화를 촉진시키는 미국식 자본주의 엘리트들의 총체적 압박이 할로윈을 더욱 더 그럴듯하게 상업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면서 한인교회공동체는 그저 자녀들을 단속하는 수준에서 이민의 척박함을 개인 신앙에 의지하여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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