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고민, ‘신적 섬광’과 같아
“죽음은 온전한 생명을 위한 부르심”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린아이도 청년도, 노인도 다가올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은 모두 죽음의 문제를 회피한 채로 영원히 살고 싶어 한다. 죽음은 모든 인생이 언젠가 직면해야 할 문제이지만, 누구도 그때를 알지 못한다. 평신도도 목회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 점에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소망해 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가 최근 『죽음 교육을 통해 온전한 생명을 소망하기, 햇빛보다 더 밝은 빛을 보는 삶』(한국학술정보) 책을 펴냈다. 조직신학자인 최성수 박사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한다.
최성수 박사는 “살아서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햇빛보다 더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이며,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것과 같다는 깨달음을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일상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맞이할 기회를 얻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어떻게 하면 햇빛보다 더 밝은 빛을 경험할 수 있을까. 그에게 ‘죽음’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다가왔다. 다메섹 도상에서 강렬한 빛에 고꾸라진 바울의 회심 순간처럼, 살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여겼다. 삶의 어느 순간 ‘신적 섬광’에 노출되는 경험 말이다.
그는 “살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건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현실에 한층 더 명료한 삶의 의미를 경험할 기회가 된다”면서 “이는 퍼즐 맞추기와 같던 단편적인 삶을 살다가 삶 전체를 비추는 거울을 대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단순히 죽음을 넘어 그리스도의 죽음 이후에 일어난 부활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최 박사는 “책은 죽음에 관해 나눈 대화에서 얻은 여러 통찰을 관심 있는 주제를 따라 정리한 것”이라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부활 생명을 위한 삶의 길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그 삶을 향한 용기있는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고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온전한 생명을 위한 부르심으로 여기며 소망으로 담대히 수용하길 바란다는 것.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쩌면, 죽음과 더불어 살아갈 때 ‘소망’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정확히 표현하면, 죽음 이후 부활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 햇빛보다 더 밝은 빛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죽음’ 역시 하나님 통치의 한 방식임을 인정해야 한다.
불신자에게는 심판의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일이지만, 믿는 자에게는 용서와 은혜, 사랑, 생명의 하나님, 그분의 온전한 통치하심을 경험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은 사는 것에 감사하고, 죽음마저도 감사할 수 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때마다 회자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 <버킷리스트, 미국, 2008>에서는 노년기 병상에서 만난 두 남자가 등장한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서 두 인종의 등장은 죽음 앞에선 모두가 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둘은 간절히 원했지만, 갖가지 미뤄두었던 일을 하나둘 수행해간다. 이들의 여정은 비록 건강상 쉽지 않았으나 매우 만족스럽게 끝을 맺는다. 버킷리스트를 이뤄가는 과정을 통해 두려움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무엇보다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후회없는 죽음, 즉 ‘웰다잉’은 무엇일까. 책은 그리스도인에게 ‘웰다잉’은 죽는 순간까지 하나님의 부르심에 적합하게 반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웰다잉’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살다가 죽는 것이며, 웰다잉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관한 교육에 나서는 일이다.
최 박사는 “교회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에 관한 교육이자 죽음을 내면화하는 죽음교육”이라며, “여기에는 죽음을 신학적으로 이해하고 부르심에 적합한 삶의 이야기 속에 죽음을 준비하고, 죽은 자의 유족을 애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타인의 죽음을 적합하게 말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나 의미있는 대상을 잃었을 때 경험하는 ‘애도’에 대해서도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애도는 죽음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므로 어떻게 애도하느냐 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반응이며, 죽음에 대한 반응은 곧 하나님에 대한 반응에 버금간다는 것.
죽음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하지 않아야 하듯 죽음을 경험한 사람의 ‘애도’도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최 박사는 “애도는 상실로 말미암아 슬퍼하면서도 하나님의 아픔과 슬픔을 배우고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배우는 시간”이라며, “사별한 사람이 겪는 과정일지라도 죽음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에 대한 반응이므로 그리스도인에게는 예배의 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성수 박사는 서강대(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교 신학부에서 신학석사와 신학박사를 취득했다. 장신대와 연세대 다수 신학대에서 조직신학과 기독교문화(영화)를 강의했고, 한남대 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원과 한국문화선교연구원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