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치참여, 이념에서 복음으로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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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정치참여, 이념에서 복음으로 바뀌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1.10.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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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독자유민주당’이 새롭게 창당되면서 교계 안에서 기독교의 정치참여 논의가 뜨겁다. 하지만 종교가 정치에 개입을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해묵은 논쟁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와 종교의 핵심 이슈는 신앙을 정치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한가라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신앙을 정치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 현실은 이와는 전혀 반대로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한국 교회의 대형집회에 참여한다든지, 교계를 대표하는 기관을 방문해 인사를 한다든지 하면서 ‘한 표’를 부탁한다. 정치인들이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한 후보도 교계 단체를 방문하고, 대형 집회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특정 정당 내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은 모습을 사회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 교회를 정치적 도구 혹은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교회 지도자들이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려면 좌파와 우파의 범주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일관된 도덕적 기반에 따라 우파와 좌파 모두를 자유롭게 비판하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와 같은 공적영역에서 신앙과 믿음이 올바르고 표출되기 위해선 좌파와 우파,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는 범주와 어울리지 않는 전혀 새로운 정치의 모습까지 보여줄 책임도 함께 갖고 있다.

교회는 정치를 진지하게 취급해야 한다. 정치와 정부에 대해 정확하고 균형 있는 견해도 갖고 있어야 한다. 성서적 가르침과 현재의 정치현실을 고려하는 가운데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 비열한 책임 전가로 발생하고 있는 사회 분열을 멈출 수 있는 예언자적 목소리까지 내야 한다. 나아가 정치와 경제, 사회, 윤리 등의 문제에 일관성 있고 치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사회 안에서의 정치영역은 한국 교회에 있어 섬김의 사역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를 위해 교회는 특별한 이익집단이나 정권을 장악한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유혹을 먼저 떨쳐버려야 한다. 이념에서 복음으로, 권력에서 성경으로, 군림에서 섬김으로 돌아오는 것이 한국 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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