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훈련’으로 탐심 다스리는 것이 가장 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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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훈련’으로 탐심 다스리는 것이 가장 큰 과제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1.10.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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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으로 얼룩진 한국 교회, 어떻게 벗어날까

▲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과제로 목회자들이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직매매와 같은 중세교회 타락상 그대로 답습하는 상황
교회 직분 서열화 및 매관매직 관행 반드시 뿌리 뽑아야

사회로부터 온갖 조롱과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 교회. 목회자를 비롯해 성도들이 갖고 있는 극히 세속적인 물질관, 성문제,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심 등 비판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이로 인해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 내부에서조차 목회자와 성도들이 세상적 가치관의 노예가 돼 영적으로 병들었다고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 부패와 타락의 중심에 목회자들과 관련된 돈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돈과 관련된 목회자들의 잘못된 관행들이 교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세시대 말엽에 전 유럽의 교회를 타락의 나락으로 몰고 갔고, 급기야 유럽의 기독교를 가톨릭과 개신교로 분열하게 만든 원인도 성직자와 관련된 돈 문제였다.

기독교윤리연구소 이상원 소장(총신대 교수)은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는 방만한 규모의 재정을 요구하는 성당건축과 성직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받고, 구원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교인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고자 했고, 이런 무리한 돈 모으기가 종교개혁을 촉발시켰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중세교회에서 나타났던 잘못된 행태들이 한국 교회 안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권선거로 얼룩진 한기총 사태, 돈 봉투가 오고가는 교단의 임원선거 뿐만이 아니다.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교회 재정을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라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용도로 물 쓰듯이 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교회 돈을 영리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고, 그 수익을 목회자들이 챙기는 관행도 나타나고 있다.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은퇴할 때 수십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지만, 교회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액수의 전별금까지 원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심지어 예배당과 성도들을 묶어서 후임 교역자들이나 다른 목회자들에게 팔아넘기는 관행까지 서슴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교회 안에서 돈을 대출해서라도 직분을 받으려는 성도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직분자는 교회를 아름답게 세우고 만들어가기 위해 세워진다. 하지만 어떤 교회에서는 장로가 되려면 이천만 원, 권사는 오백만 원, 안수집사는 삼백만 원을 내야 한다. 직분으로 인해 교회를 떠나게 된 성도와 상담을 진행했던 한 목회 상담가는 “최근 교회에서 권사로 취임하는데 삼백만 원을 내라고 해서 돈이 없다고 하니까 대출까지 권유하는 바람에 상처로 교회를 떠났다는 여 집사와 만난 적이 있었다”며 이러한 현상이 한국 교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기독교윤리연구소가 주관한 ‘목회자 윤리 연속 심포지엄’에서도 교회 직분과 돈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도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교회 직분과 돈의 관계’를 주제로 발표한 기윤실 정직윤리운동 본부장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직분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분은 은사이며 실천적 봉사이지만 한국 교회는 직분을 단지 명예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신 목사는 “목회자도, 성도들도 직분을 명예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직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도들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신의 명예를 높이고자 직분을 받으려고 하는데, 이 때 직분 매관매직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도, 권찰, 서리집사, 안수집사, 권사, 장로 등으로 점점 올라가는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교회의 잘못된 서열화 의식도 지적했다. 바로 이러한 서열화 의식 때문에 성도들이 돈을 사용해서라도 직분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서열의식은 성경적 세계관이 아니다. 또한 직분은 결코 수직적 단계로 주어지지 않은 수평적 은사”라며 “잘못된 서열화 의식이 섬기는 자세에서 누리는 모습으로 변질시키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목사와 장로간의 다툼도 직분의 권력화로부터 나온 결과물이라고 지적한 신 목사는 “교단 총회와 각종 회의를 볼 때마다 권력의 화신이 되어 있는 직분자들을 종종 본다”며 “직분에 대한 권력의식이 폐기처분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직분과 돈의 먹이 사슬이 존재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더 큰 문제는 직분에 대한 이러한 오해에서 비롯된 교회 안의 잘못된 관습이다. 한국 교회가 직분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일부 교회들은 교회 건축이나 차량 구입, 교회 리모델링 등 교회의 외적 확장을 위해 직분을 수여한다. 이런 의미에서 직분 헌금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신 목사는 “직분에 따라 헌금액수가 정해져 있는 교회들도 있다”며 “이는 직분의 본질을 매도하는 것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분이 서열화 되어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 된다. 때문에 반드시 직분 헌금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직식에서 받는 축의금을 비롯해 불필요한 직분은 점진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는 교회의 필요에 따라 세워진 직분이 아니라 명예, 공로, 원로 직분 등 관례로 세워진 직분들이 많다”며 “이것은 교회의 직분과 아무 관계가 없다. 따라서 항존직이 아닌 교회의 필요에 의해 세워진 임시직들은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피력했다.

물론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들로 한국 교회 전체를 정죄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일각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대다수의 한국 교회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원 소장은 “한국 교회의 80%에 해당되는 교회들은 자립이 어렵거나 근근이 자립하고 있는 영세교회들이며, 이러한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은 경제적으로 우리 사회의 최하 빈민층의 대우를 받으면서 묵묵히 소명감을 갖고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는 돈의 문제와 관련 잘못된 관행에서 반드시 빠져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돈의 유혹에 대한 취약함과 호기심에 노출돼 있는 목회자와 교회 직분자들이 철저한 경건훈련을 통해 교회를 살리고, 성도를 바른길로 지도하기 위해 마음의 탐심을 다스리는 것이 현재 한국 교회에 주어진 최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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