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인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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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인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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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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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천신학대학원대학교)

최근 ‘나는 가수다’에 인순이가 나와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첫 무대에서 부른 ‘아버지’라는 노래는 아마 그녀의 인생이야기가 묻어 있기에 더욱 감동이 컸던 것 같다. 화면을 보니 청중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그 노래를 들었다.

우리가 다 알 듯 가수 인순이는 미군부대로 왔던 아버지를 통해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아버지를 알지도 못하고 어렵게 자랐다고 한다. 그 어려운 사정이야 우리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 어려움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가수 중에 한 명이 된 것이다.

솔직히 그녀를 ‘인순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현재 그녀는 나이가 55세이다. 그녀의 성이 무엇인지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순이라는 이름조차도 진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는 그녀를 인순이라고, 좀 존칭어를 쓰면 인순씨라고 한다. 그것도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최근 그녀는 여러 가지 선행을 통해서 우리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중증지적장애인시설의 개선을 위한 콘서트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인순이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오랜 친구인 그녀가 운영하는 시설을 위해 자신이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화려한 무대가 아닌 조그만 교회에서 그런 일을 했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소식에 마음을 훈훈히 했던 기억이 있다.

수업시간에 미군부대 근처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곳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순씨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에게 어떤 분이 상담을 했다는 것이다. 미군 아버지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가 속사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인순씨는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내시라고, 자신은 어떻게 가수가 되었지만 대한민국에서 그 아이가 성장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그녀의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얼마나 울렁였는지 모른다.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를 하고 그녀가 보냈을 어릴 적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이 사회가 그녀에게 얼마나 모진 짓을 했을지 상상이 간다. 지금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배타적이고, 금방 천박한 공격성을 드러내는데 그 옛날 그녀가 당했을 일들이야 얼마나 험했겠는가. 그 가운데서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가 되었으니 그녀의 모든 소리에 우리가 감동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게 있다. 2010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130만 명이다. 전체 인구대비 2%를 훌쩍 넘어 3%에 가까운 인구이다. 이제 곧 이 사회에서는 인순씨와 같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한국학교를 다니고,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구사하고, 한국식 사고와 한국식 생활양식에 익숙하지만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인식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외국인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이들과 더불어 살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와 같은 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이 사회의 모든 선진국들은 이 이민자 문제로 큰 갈등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노르웨이 테러사건이다. 물론 극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모든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나라들에 이민 역사는 벌써 오래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서 이렇게 폭력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어떤가. 어떠한 정책이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우리의 생각은 이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일까.

아직도 우리는 단일민족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대인과 화교가 자리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라 대한민국이다. 그 만큼 이 사회가, 이 나라가 외국인에 대해서 배타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인순씨가 좋다. 그녀가 재즈풍으로 부르는 창부타령은 정말 환상적이다. 그녀에게 열광하는 대한민국에서 그녀와 같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대한민국인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그들을 품는 것은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진 이 교회가 해야 할 가장 귀한 사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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