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양산 시스템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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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 양산 시스템 점검해야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1.09.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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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② 서울역 노숙인 실태

▲ 노숙인 쉼터나 재활프그램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역 노숙인 중 일부는 이번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8월 30일 서울역사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나무 그늘마다 노숙인들이 모여 있었다. 지난 22일 서울역 측의 노숙인 퇴거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노숙인들이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과 서울시는 지난 한 달간 노숙인 관련 대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관련 시설은 노숙자 정원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숙인들은 저마다 서울역의 일방적인 퇴거 조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1971년부터 서울역에서 생활한 박 씨(가명)는 “역사 밖에서 서리를 맞으면서 자면 몸이 다 망가지게 될 것 같다”며 한탄했다. 방 씨(가명)도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퇴거 조치 이후 노숙생활을 청산한 노숙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도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치는 계속되고 있지만, 노숙인들의 인권 등을 고려할 때 강제적 조치보다는 실질적으로 노숙을 줄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숙인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시스템과 사회 구조적 문제점이 선행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노숙인다시서기센터의 이정규 팀장은 “현재의 제도는 노숙인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는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거주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보니 노숙자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는 방법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거지를 잃은 노숙인은 사회구성원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조차 박탈 당하게 된다. 한번 터전을 잃은 노숙인이 거처를 마련하고 자립하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이 같은 구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노숙인 시설이 사회와 분리된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역 인근에서 드림시티를 운영하는 우연식 목사는 “시설은 일반적으로 사회와 격리된 곳으로 인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숙인들도 이 같은 인식 때문에 시설에 한번 들어가면 노숙인이라는 딱지가 붙어 더 이상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노숙인 시설이 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노숙인들의 자활 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는 상담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 구세군 브릿지센터 최용민 사무국장은 “현 상황에서 노숙인 100명 중 10퍼센트 정도만 자활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서울역을 떠난 다수의 노숙인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정규 팀장은 “현재 보호 관리의 대상 노숙인 중 100여 명이 외부 지역으로 흩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역의 성급한 강제 퇴거조치 이후 관리 범위 밖으로 벗어난 노숙인들의 생존권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노숙인 보호 시스템 마련과 사회 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 '드림씨티'의 우연식 목사가 인근에서 헌물하고간 바나나를 그 자리에서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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