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예장백석 ‘여성목사 논란’무엇이 문제인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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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예장백석 ‘여성목사 논란’무엇이 문제인가 (상)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8.11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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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강조하는 반대 여론 '법의 덫'에 빠져

개정할 내용 없어 헌법사항 아님에도 불구 정치적 반대 계속
94회기 때 여성안수 통과 … 소모적 논쟁으로 교단 상처입어

예장 백석총회가 지난 94회기에 ‘여성 안수’를 전격 결의하고도 2년째 시행을 못하고 있어 교단 안팎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미 통과된 결정을 놓고 노회에서 ‘가부’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개정할 내용도 없이 헌법 개정만 요구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정치적 반대가 ‘법적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백석 정기실행위원회에서는 여성 안수 문제로 5시간 가량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원초적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94회기 비디오까지 판독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성 안수 반대측은 최근 진행된 노회 수의에 강하게 반발하며 “헌법에 어긋난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총회 임원회와 교단 헌법 전문가들은 “94회기 총회 결의 전체를 문제 삼는다면 모를까 여성 목사 안수는 이미 통과됐고, 개수정할 법조차 없다”며 헌법을 운운하는 반대측의 공격에 강하게 맞섰다.

# 노회 수의 적법성 논란
논란이 된 사항은 여성 목사 안수 시행의 노회 수의 여부. 직전 총회장 유만석 목사 등은 “이번에 진행된 노회 수의는 여성 안수에 대한 찬반을 물었어야 했다”며 “찬반을 묻자는 것이 지난 총회의 결론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95회(33차) 총회에서 여성 안수 시행의 노회 수의 여부를 놓고 3시간의 토론이 이어졌고, 결국 비밀투표에 의해 노회수의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백석총회는 애초 올 봄노회에서 여성안수 시행에 관한 노회 수의를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행위원회에서 “대신과의 통합 논의가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5월 모임 결과를 본 후 처리해도 될 것”이라며 유보를 제안했다. 때문에 봄노회 수의를 놓친 임원회는 노회 수의가 총회 결의사항이므로 반드시 총회 전에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헌법 해석에 따라 지난 7월까지 임시노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루게 됐다.

그런데 노회 수의 후 수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 또 일어났다. 여성 안수 반대 그룹들은 “찬반을 물었어야 법적으로 맞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의 내용은 여성 안수 시행에 대한 방법을 묻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회 비디오를 보자”며 “어떤 수의가 결정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반대측 의견에 대해 법적으로 옳지 않다는 반박이 대세를 이뤘다. 여성 안수는 이미 통과된 사항이기 때문에 노회에서 찬반을 물을 수 없다는 것. 심지어 노회 수의가 헌법 사항이라면 개수정위원회가 조직되어 헌법 개정안을 만들었어야 했지만 노회 수의를 주장한 유만석 총회장 재임 중에 헌법 개수정위원회조차 조직하지 않았다며 원초적 책임을 따지려면 94회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총회 부회록서기 이우영 목사는 “나도 개인적으로는 여성 안수를 반대한다. 하지만 94회 총회에서는 5가지 안건을 일괄적으로 다뤘고, 여성 안수도 함께 통과됐다. 이 때 여성 안수에 관해서는 수의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그 때 바로 수의를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총회가 조직한 것은 연구위원회였고, 연구위원회는 시행 방법을 내놓게 되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93회기 총회장이었던 장원기 목사는 “연구위원회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제안한 것이다. 여성 목사 안수를 열어 놓으면 무자격자들이 안수를 받을 우려가 있어 안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조직했다. 만일 여성 안수가 헌법 사항이라면 당연히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교단은 개정할 법이 없기 때문에 노회로 내려 보낼 법도 없다”고 강조했다.

# 책임을 따지면 94회기부터
예장 백석총회의 여성 목사 안수는 94회기 총회를 시작함과 동시에 교단 명칭 개정 등 5개 안건이 묶음으로 상정됐다. 당시 교단이 분열될 위기 속에서 교단을 지키겠다는 총대들의 의지는 5개 안건을 함께 통과시키는 것으로 결집됐다. 여성 목사 안수도 통과된 묶음 안건 속에 있었다. 93회기 총회장이었던 장원기 목사는 “여성 안수는 통과됐으며 안전 장치를 위해 연구위원회를 조직해 1년 간 방법을 연구 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통과는 됐지만 안수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위해 1년간 시행을 미룬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94회기 총회장에 당선돼 의사봉을 이어받은 유만석 총회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유 총회장은 회의록 채택과정에서 “여성 안수는 헌법 사항이므로 노회수의를 거치는 것으로 회의록을 수정해 받겠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헌법 사항’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94회기에는 헌법 개수정위원회가 조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위원회만 조직돼 시행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95회 총회에 보고했다. 그러자 95회 총회에서 일부 총대들이 “헌법 사항이므로 노회 수의를 한다는 결정이 있었는데 왜 시행 방법 연구를 보고하느냐며 노회 수의를 표결에 부칠 것”을 주장했다.

결국 여성 안수 노회 수의에 관한 건이 비밀 투표에 부쳐졌고, 노회 수의가 결정됐지만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노회 수의는 ‘헌법’사항만 가능한 것으로 만일 수의를 원했다면 여성 안수와 관련된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총회에서 2/3의 통과를 얻은 후 한 글자의 수정도 없이 총회에서 결정된 수의안을 그대로 내려보내야 한다. 만일 이 과정을 거쳤다면 노회 역시 2/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백석총회는 개정할 헌법이 없었고, 노회 수의안도 없이 수의를 결정했으며 결정적으로 노회 수의를 결정한 총회 비밀 투표 역시 2/3에 모자랐다.

법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하나도 맞는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즉,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해서 94회기 총회가 ‘헌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고 연구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직무를 95회기로 떠넘기면서 ‘노회 수의’ 논란만 장기화 시킨 것이다.

# 소모적 반대논란 이젠 끝내야
이와 같은 설명은 헌법위원장의 입에서도 나왔다. 헌법위원장 윤석운 목사는 “노회 수의는 헌법 개수정 위원을 두어서 정확하게 헌의안을 만들어 발의하고 성안해서 총회에서 채택한 후 그 법안을 노회에 내려 보내는 것이 맞다”며 “여성 목사 안수는 이미 통과된 사항이었고, 수의를 요구하려면 개수정위원을 구성해서 성안해야 했지만 법안을 만들지도, 그 법안이 노회로 가지도 않았다”며 법적인 논란은 더 이상 소모적인 분열만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윤 목사는 또 “비디오를 보자고 하는데 비디오를 봐도 성안된 헌법 개정안이 없다”며 “다만 총회 결의를 묵살할 수 없어 이번에 노회 수의를 내려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록서기 김동기 목사는 “지난 총회에서 수의를 결의했는데 수의 자체가 법적으로 맞지 않다. 끝나지 않을 게임이다. 좋게 정리해서 마무리된 일인데 자꾸 들춰내서 좋을 것이 없다”고 맞받았다.

결국 여성 안수를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반대가 아니라 정치적 반대”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모아졌다. 한 실행위원은 “백석 교단이 한국 교회 안에서 위상도 높아졌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여성 안수 논란으로 다시 교단 분열의 움직임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우려했다.

한편, 여성 목사 안수 시행 방법에 대해 찬반을 묻는 노회 수의안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노회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이미 교단 기층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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