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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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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찬 목사 (백석신학교 학장)

오늘날을 형식의 시대라고 한다. 안 보다는 겉을 장식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얼마 전 시골길을 지나갈 기회가 있었다. 길을 가다가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 논 가운데 새를 쫓으려고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았는데 새들이 허수아비의 머리 위에 앉아서 노는 것을 보았다.

허수아비는 모양은 사람의 모양을 갖추었으나 그 속에 생명과 새를 쫓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새들이 사람인가하여 착각하고 피하여 다녔으나, 실제로 가까이 가니 자기들을 쫓을 아무 능력도 없는 말 그대로 허수아비에 불과했기에 그 후 부터는 피해야 할 허수아비가 새들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또 어느 집에 가니 조화가 얼마나 생화처럼 잘 만들어 놓았는지 생화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속에 생명이 없고 향기가 없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아도 벌 나비가 날아들지 않았다.

오늘날 나라의 모습도 큰 기구 조직체를 만들어 놓아도 그 안에 의인이 없고 애국심과 애족심과 진실과 정직 더 나아가서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피라미드나 그에 대한 박물관에 불과한 것 같다. 허수아비가 새를 쫓을 수 없음같이 사람들 모두가 악의 세력을 쫓을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상실한지 오래다. 국가 정화위원회, 감사원, 국세청, 검찰청을 강화하나 그곳에 정직한 영이 없으면 다 모양에 불과한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큰 건물로 잘 조직된 교회에 많은 교인이 있다고 하지만, 모양만 있고 그 속에 그리스도의 생명과 예수의 향기가 없다면 생화가 아니라 조화와 같아서 세상과 이웃에게 아무 영향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외치는 자 많으나 생명수는 말랐고, 교회는 많아졌지만, 교인은 줄고, 교단은 많아졌으나,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참된 교단의 모습은 찾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러나 논 가운데 허수아비 대신 사람이 서 있다면 논을 헤치는 새를 쫓을 수 있고, 조화 대신 생화를 집 베란다에 가져다 놓으면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날아들 것이다.

말씀과 성령의 능력의 통로가 되지 못하는 크리스챤들의 모습 또한 안타깝다. 건물마다, 직장마다, 사업터마다 서있는 오늘의 우리 모습이 마치 아무 능력도 행할 수 없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들은 아닌지 다시 한번 자아성찰과 깨달음이 요청되는 바이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앞의 삶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성경도 만세에 일어난 징조 가운데 하나로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니 이 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딤후3:5)” 라고 명령하고 있다. 모양과 형식보다는 능력과 내용이 우선된다. 능력 없는 모양보다 모양 없는 능력이 더 낫다. 왜냐하면 능력만 있으면 모양은 갖추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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