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긴급회의 '교회협 빼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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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빠진 긴급회의 '교회협 빼고 다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5.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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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교단장 중 8개만 참석...보수권 '교회협 주관해 불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이영훈, 이하 교회협)가 제안한 ‘한국 교회 회복을 위한 긴급회의’가 30일 오후 2시 서울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열렸다. 그러나 초청된 18개 교단 중 8개 교단 대표들만 참석해, 의미 있는 결의나 성과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 한국 교회는 사회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올해 초부터 목회자 성윤리 문제, 교회 재정 투명성 문제, 대형교회 건축 논란, 교회 기관들의 교권 다툼과 분쟁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반기독교 정서가 크게 확산됐다. 급기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금권선거 문제가 폭로되면서 교회를 향한 비판적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회 안팎에서 자성이 터져 나왔다. 15개 교단 목회자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지난 4월 13일 성명을 통해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고 교회협에게 “한기총 사태를 방관하지 말라”며 새로운 연합의 틀 모색 논의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대표할 만한 자격을 상실한 만큼, 교회협이 비회원 교단을 아우르는 이른바 ‘새틀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목협은 각 교회 교단장들에게도 “한국 교회가 당면한 위기를 직시하고 본래의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교회협은 지난 4월 29일 열린 실행위원회를 통해 ‘한국 교회 회복을 위한 긴급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김영주 총무는 “최근 한국 교회 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교회협의회도 자유롭지 못하며, 책임을 통감한다. 이제 한국 교회의 본질 회복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과제”라고 호소했다. 이어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경계도 허물고, 교단 간의 교리와 이해관계도 뛰어넘어야 한다”며 “교회협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고 덧붙였다.

교회협은 이후 회원 교단은 물론 예장 합동, 고신, 합신, 백석, 성결교 등 비회원 교단 대표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30일 열린 회의에 참여한 비회원 교단 대표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주남석 총회장 한명 뿐. 보수권 교단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이번 긴급회의에 보수권 교단 참여가 지지부진한 것은 교회협 초청 회의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장 합동 한 관계자는 "교회협과는 교류가 금지돼 있어 교회협 초청 회의에는 응할 수 없다"며 "교회 갱신 주제에는 공감하지만 참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예장 통합 김정서 총회장은 “교회협이 주관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수교단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회원 교단 중 유일하게 참석한 주남석 총회장은 “내 놓은 제안들을 당연하고 꼭 필요한 과제”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어 “오늘 이 모임에 참석할지 말지 망설였다”며 솔직한 속내를 밝히고 “우리 총회는 논의 끝에 한국 교회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기쁘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교회협이 주도하지 않아야 더 많은 교단이 참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긴급회의를 처음 제안한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는 “교회협에 대한 거부반응도 알고 있다. 교회협이 아닌 단체가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누군가는 교회 갱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을 열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교단장들 마다 인식차가 있겠지만 지금은 한국 교회의 굉장한 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협이 주도해서 안 된다면 교회협을 빼고, 심부름이 필요하면 하겠다. 어른들이 한번 모였으면 한다”며 “한국 교회의 처지를 정확히 보고 우리의 잘못을 성찰하고 경건과 절제 운동을 시작하자. 이는 교파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라고 호소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교단장들은 한국 교회 본질 회복을 위해 회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실천에 앞서 회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총무 최길학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 문제는 어느 누구 하나의 잘못으로 돌릴 수 없다”며 “누구의 잘잘못을 논하지 말고 먼저 회개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회개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모든 치부를 다 드러내고 비판도 감수해야 할 텐데 한국 교회가 각오가 돼 있는지 고민”이라며 “교회 지도자뿐만 아니라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회개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교회협 산하 초교파 연구 모임인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은 한국 교회 회복을 위한 과제들을 정리해 배포됐다. 연구원은 △교회의 갱신과 일치 △선교협력과 나눔 △사회참여와 섬김 △통일과 세계 △교육과 미래 등 다섯 가지 교회 갱신 주제를 선정해 정리했다.

회의 진행을 맡은 이영훈 목사는 “교회협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교파를 아울러 교회 발전을 고민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며 “앞으로 교단장들이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종훈 서울연회 감독, 구세군 임헌택 사관, 기성 주남석 목사, 기하성 서대문측 이삼용 총무, 기하성 여의도측 최길학 총무, 복음교회 김원철 총회장과 하규철 총무, 성공회 김광준 신부, 예장 통합 김정서 총회장, 교회협 이영훈 회장과 김영주 총무가 참석했다.

긴급회의는 참여한 교단장들을 중심으로 발기인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참여하지 못한 교단장들을 초청해 2차 회의를 갖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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