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빛’ 규제 논란, 교회 건물은 제외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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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빛’ 규제 논란, 교회 건물은 제외키로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1.05.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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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반발에 환경부 해명자료 통해 공식 입장 표명

국회에서 ‘빛공해 방지법’ 제정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교회 십자가 야간 점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발언이 교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자 환경부가 즉각적으로 교회 십자가 빛은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해명자료를 냈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해명자료를 통해 “도심 야간경관의 일례로 가로등, 교회 십자가 등이 언급됐으나 ‘빛공해 방지법(안)’은 종교시설물(십자가 등)을 관리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향후 하위법령에도 포함시킬 계획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만의 장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 참여해 “밤하늘에 교회의 십자가만 가득하게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을 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한 언론사가 교회 십자가 밝기를 조절 혹은 제한을 시사하는 발언일 가능성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이후 교계의 일부 보수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빛공해 방지법 제정법률안’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 국회의원(한나라당)이 지난 2009년 9월 동료의원 26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로 발의한 것으로써 ‘빛공해 방지계획 수립’과 ‘빛방사 허용기준’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즉, 과도한 조명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조명환경관리 구역을 등급별로 설정한 뒤 이에 맞는 빛 방사 허용 기준을 설정하라는 법률안이다

법률안에 따르면 조명관리 구역은 ‘조명에 의해 자연환경이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역(제1종)’, ‘조명이 동식물의 성장 및 지역특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역(제2종)’, ‘조명이 국민들의 안전이나 편의를 위해 사용될 수 있으나 지속적일 필요는 없는 구역(제3종)’, ‘국민들의 활동영역이 어느 정도의 조명환경을 필요로 하는 구역(제4종)’, ‘국민들의 활동에 높은 정도의 조명환경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구역(제5종)’, ‘국내외 행사, 관광진흥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매우 높은 정도의 조명환경이 필요한 구역(제6종)’ 등으로 구분돼 있다.

사실 그동안 서울시의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 관리조례’에서는 교회 십자가는 현재 기념물로 분류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이번에 심사하고 있는 제정 법률안은 예외 조항을 두지 않아 교회의 조명도 등급에 따른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빛공해 방지법’이 통과되면 산속 기도원이나 주택가에 위치한 교회는 십자가의 밝기를 조절하거나 이웃집 창으로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차광시설을 설치하라고 하지 않겠냐는 이유를 들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전국기독교총연합회는 “십자가를 끄는 것은 교회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국 교회의 존재감을 무력화하는 발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회 십자가 탑을 시공하고 있는 업체 한 대표도 “교회의 십자가 탑은 24시간 켜놓는 것도 아니고, 전력 소비량도 소형 냉장고 사용 수준밖에 안된다”며 “이미 80% 이상의 교회들은 자정에서 새벽 4시까지는 자동으로 차단되는 십자가 등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빛공해를 이유로 십자가 등을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교회가 심야에 십자가를 소등하는 자발적 에너지 절약 운동에 나서야 한다”며 십자가에 쓰이는 네온사인을 전력 소비량이 적은 발광다이오드(LED)로 대체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08년 7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종교시설에서 비점멸 전기를 사용해 설치하는 종교 시설물’을 허가하고 있다. 즉, 조명이 깜박이지만 않는다면 교회 십자가를 비롯한 종교시설의 상징물에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합법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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