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돌던 선교의제, 방콕포럼에서 실천의 옷 덧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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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돌던 선교의제, 방콕포럼에서 실천의 옷 덧입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1.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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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 열린 제8회 방콕포럼 결산

▲ 제8회 방콕포럼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돼 지난 일곱차례 회의를 돌아봤다.

선교사들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문제들을 고민하고 이슈로 끌어내온 방콕포럼이 지난 7년의 논의를 결산하는 모임을 한국에서 가졌다. 10일부터 13일까지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제8회 포럼을 개최한 것. 방콕이 아닌 한국에서 모임을 연 것은 더 많은 이들을 포럼의 장으로 끌어 모아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전망을 내놓기 위함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과거 다뤘던 주제로 리더십, 책무, 선교사 자녀 문제 등을 다시 점검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전문화된 포럼으로 가지치기와 현장의 이슈를 직접 해결하는 구조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 사흘간 다뤄진 방콕포럼 내용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선교사 대상으로 부모교육 실시하고 책무 강조하는 현장구조 마련
숫자에 집착하는 선교에서 떠나 건강한 선교현장 위해 노력할 때

선교현장 구조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있었다. 2005년 다뤘던 선교사 책무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선교현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 교육과 훈련, 선교현장에서
한국 교회는 대부분 파송의 구조만 가지고 있다. 파송이 있다면 현장에서 받고 관리하는 체제가 형성되어야 하지만 파송단체나 교단이 관리를 대신하고 있다.

국제 위클리프선교회 정민영 선교사는 “선교현장 관리체제의 부재로 수많은 선교사와 사역이 망가지고 있다”며 “관리체제는 반드시 현장중심으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OMF와 GBT 등 현장구조를 가진 국제단체들의 경우 책무체제가 견고하고 선교사 케어가 잘 되어 있으며 사역전략이 분명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고비용 구조와 현장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더불어 △현장사역의 감독과 지원 △책무 확보를 위한 선교현장의 재정관리 체제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선교사 케어 △선교사의 장기적 자기발전 계획과 후속관리 등이 현장에 필요한 건강한 체제로 다뤄졌다.
과거 논의 내용을 다시 복습한 참석자들은 “보내는 것만큼 관리하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유병국 선교사는 “선교현장으로 파송 후 적응하지 못하고 사역지를 옮기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며 “현장 구조가 없다면 필드를 마음대로 옮기게 되고 선교사에 대한 관리도 어려운 단점이 있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방콕포럼에서는 현장체제에 있어 투명성과 교육, 훈련 등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가동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건강한 현장구조를 만들기 위해 본부와 선교지가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선교현장 구조와 책무의 정착을 위해 사례를 찾아내고 지침을 발간해 교계에 널리 홍보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로 제안됐다.

# MK교육 공동인프라 구축
선교사 자녀 문제는 지난해 처음으로 다뤘던 주제였다. 80년대 선교사 파송이 활성화 되던 시절, 한국 교회는 MK문제까지 돌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교 4반세기가 흐르면서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선교사 자녀들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지난 91년에는 선교사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을 결의문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국제환경이 바뀌면서 이제 MK에 대한 인식과 환경은 긍정적으로 변화됐다. 문제는 서구 선교사들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점점 아이들을 교육시킬 공간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번 방콕포럼에서는 서구 선교사들이 철수한 곳이나 MK학교가 운영난으로 폐쇄되는 상황을 그냥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 교회가 그 빚을 갚고 주도적으로 MK교육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녀교육에 대해서 일반인들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는 선교사 부모에 대한 재교육이 시급하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선교사들은 MK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부모들이 성경적 교육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선교훈련에 부모교육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안식년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자녀교육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지역 교회에는 MK문제를 알리고 헌신할 교사들을 확보하는 방안과 홈스쿨과 러닝센터 등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대안 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됐다. 현지 공립학교를 발굴하는 일과 교단 선교부와 파송선교단체의 협의를 통한 MK교육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는 방콕포럼이 맡아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 리더를 세우는 팀사역
선교지에도 리더는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 선교 현실은 리더를 세울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필드 선교사들이 단체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사역은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장구조와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어 리더십 개발과 팀사역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GMS 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들의 70%가 아시아에서 사역을 하지만 리더를 찾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교지에 행정적 질서는 있지만 사역이나 재정적 책무의식을 갖고 사역하는 현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팀 사역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로 박민하 선교사는 “연장자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 선교사는 안디옥교회와 바울의 팀사역을 소개하며 선교현장에 전문 선교본부를 세운 합동 GMS의 사례를 공개했다. 지역선교부를 도입한 합동은 팀사역을 통해 현지 선교사들의 케어와 사역, 행정 등을 책임지는 1차 리더십 구조를 만들었다. 강 선교사는 “건강한 선교를 위해서는 필드의 팀사역이 관건”이라며 “연합하는 선교는 저비용 고효율 모델로 개발도상국 교회에 소개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결국 이번 포럼에서는 사역보다 관계에 초점을 맞춘 팀사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리더를 키울 인큐베이터를 만들고 리더십을 검증하는 구조를 조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 제8회 방콕포럼을 마치며
방콕포럼은 선교사들의 건강한 사역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매년 포럼으로 통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결과물을 책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선교사 책무의 경우 부동산과 재산을 선교지에 이양하는 사례들을 끌어내고 있다. 통합과 합동, 고신 등 교단선교부에서 포럼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건강한 대안으로 한 목소리를 모아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교한국 한철호 선교사는 “내용은 좋지만 누군가가 대신 해주길 바라는 소극적인 면이 선교계에 있다”며 “방콕포럼이 가지치기를 통해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포럼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영 선교사도 “파트너십이나 리더십 등 선교지의 고민에 대해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들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들을 수 있었다”며 “의제와 현장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와 훈련 등 의제를 실현시킬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방콕포럼에 참석한 40여 명의 선교사들은 숫자에 집착하는 선교를 떠나 양질의 건강한 선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 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2만명 파송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뤘지만 2만개의 볼트와 너트가 서로 잘 맞는 곳에서 만났는지 고민할 때”라며 “현지에 필요한 선교사, 건강한 선교현장에 대한 고민, 리더십과 책무에 대한 문제들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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