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감독회장 직무대행' 파견
상태바
'변호사 감독회장 직무대행' 파견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12.10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10일 결정, 감리교 당혹

법원이 감리교 문제 해결을 위해 ‘변호사 감독회장 직무대행’이라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교단 설립 이래 최대의 치욕을 맛보게 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부장판사:김필곤)는 김은성 목사와 김학균 목사가 강흥복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2010카합1174)’ 신청 사건과 관련, 10일 결정을 통해 변호사를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결정하고 파견하기로 했다.

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감독회장 직무집행 정지 기간 중에 백현기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를 직무 대행자로 선임한다”고 밝히고, 업무 개시일은 12월 17일, 보수는 월 5백만 원으로 정하되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부담할 것을 명령했다.

법원이 파견하기로 한 감독회장 직무대행 백현기 변호사는 예장 합동측 온마음교회 장로. 지난 2006년 감리교 장로회전국연합회 분쟁 사건 당시 이미 한 차례 회장 직무대행으로 파견됐던 적이 있는 인물이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법률고문과 기독교화해중재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법원,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같은 결정에 대해 본부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사람이 교단 내부 인사가 아닌 타 교단 인사인 데다,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라는 사실이 더 상황을 곤혹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의 이런 결정은 이미 예견됐던 상황. 지난 6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감독협의회에 보고된 내용에 이미 들어있었다. 이때 행정기획실은 감독들에게 ‘공동 감독회장 직무대행’과 ‘변호사 감독회장 직무대행’ 둘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이때 법원은 이미 양측에 변호사 직무대행 선임 의지를 내보였고, 본부측과 김국도 목사측 등이 제안한 7명의 후보들을 단일 후보로 압축해 추천하지 못하자 변호사 직무대행으로 전격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양측이 제안한 인물들에서는 중립적 인물을 찾을 수 없었고, 양측 또한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후보를 단일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법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감리교 입장에서는 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최악의 수. 이 수만은 피하고 싶어 하는 최악의 수를 당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빠르게 감독회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측면에서 당혹스럽지만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오히려 잘 됐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감리교, 정상화 되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정상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 법원의 결정문 어디에도 직무대행의 권한 범위를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백 변호사는 일상적인 업무 처리만 할 수 있고 총회 개최는 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해 감리교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총회측 관계자는 “직무대행의 권한이 일상적 업무만 처리할 수 있는 범위라면 문제 해결은커녕 사태의 장기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한 관련 현안을 풀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소한 감독회장 직무대행의 권한 범위가 설정돼야 하고, 총회 개최를 명령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무대행 선임으로 일단 감리교 본부의 행정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외적인 부분과 대표성 부분. 교단의 대표성을 띤 대외적 모임이나 회의, 행사 참석 시 백 변호사에게 결정권을 포함한 전권을 허락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계 정서상 목회자들의 모임, 그것도 교단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곳에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가 교단을 대표할 경우나 교단장들 간의 합의와 인준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연 백 변호사에게 결정권을 포함한 전권을 허락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민감하게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각 연회 감독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선임되기는 했지만 감리교 사태는 여전한 불씨를 안은 채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