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측면에서의 부정함
이렇게 번역하면 솔로몬 때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부터 말을 수입한 것이 된다. 이런 해석의 문제점은 신명기 17:16절의 ‘병마를 많이 얻으려고 그 백성을 애굽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것이니’라는 구절과 충돌을 일으키는 점이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솔로몬은 이집트와 쿠에 두 곳에서 말을 수입하였을 것으로 추정함으로 문제를 해소한다.
병거의 가치는 은 육백 세겔(약 6.78kg)이며, 말은 한 필에 150세겔(약 1.69kg)이다.
열왕기상 11장은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어 솔로몬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기록되었다. 열왕기상 11:1-13절은 솔로몬의 마음이 여호와를 떠났음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열왕기상 11:1-13절은 솔로몬 시대의 국제화가 종교적인 측면에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는가를 보여준다.
1절에서는 솔로몬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바로의 딸 이외에도 많은 이방 여인을 사랑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솔로몬은 주변의 모압, 암몬, 에돔, 시돈 그리고 헷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이처럼 솔로몬이 이방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것은 국제화의 부정적인 결과이다. 즉, 국제화로 주변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충한 이후 여호와 종교를 소개하여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솔로몬이 이방여인과 결혼한 것은 무엇보다도 신명기 7:1~4절의 “1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인도하사 네가 가서 차지할 땅으로 들이시고 네 앞에서 여러 민족… 곧 너보다 많고 힘이 센 일곱 족속을 쫓아내실 때에 2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게 넘겨 네게 치게 하시리니 그 때에 너는 그들을 진멸할 것이라 그들과 어떤 언약도 하지 말 것이요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도 말 것이며 3 또 그들과 혼인하지도 말지니 네 딸을 그들의 아들에게 주지 말 것이요 그들의 딸도 네 며느리로 삼지 말 것은 4그가 네 아들을 유혹하여 그가 여호와를 떠나고 다른 신들을 섬기게 하므로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진노하사 갑자기 너희를 멸하실 것임이니라”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열왕기상 11:3절이나 신명기 7:1-4절에서는 이방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여인을 사랑하여 여인 때문에 여호와에 대한 마음이 돌이켜지기 때문이다. 신명기 역사가가 국제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솔로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열왕기상 11:3절에 의하면 후궁과 첩들이 솔로몬의 마음을 돌이켜 여호와 대신 다른 신들을 따르게 하였다.
5-11절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 구절을 통하여 솔로몬 당시 주변 국가들의 국신(國神)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시돈 사람들은 아스다롯, 암몬 사람은 밀곰 혹은 몰록, 모압 사람은 그모스를 섬겼다.
이 가운데서 암몬의 경우 신의 이름이 밀곰 혹은 몰록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같은 신에 대한 다른 명칭이다. 히브리어는 자음문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음이 같으면 같은 단어로 추정한다. 밀곰(Milkom)은 히브리어 자음 멤, 라메드, 그리고 카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몰록(Molok)의 자음과 일치한다. 단지 밀곰과 몰록은 모음만 달리 붙은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밀곰이나 몰록을 같은 암몬의 신으로 이해한다.
이처럼 이방 여인을 사랑한 솔로몬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섬기는 신을 따랐다(5절). 6절에 의하면 이것이 여호와 앞에서 악으로 보였다. 뿐만 아니라 솔로몬은 모압의 신 그모스와 암몬의 신 밀곰(몰록)을 위하여 산당까지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솔로몬의 행위에 대하여 여호와가 두 번 솔로몬에게 나타나 그리하지 말라고 경고하였으나 솔로몬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9-10). 이처럼 불순종하는 솔로몬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가 11-13절에 기록되어 있다. 즉, 나라를 빼앗아 신하에게 주되 솔로몬의 아들의 손에서 나라를 빼앗을 것을 말씀하신다. 그 대신 유다는 예루살렘을 위하여 오직 한 지파(유다 지파)만을 솔로몬의 아들에게 줄 것을 기록하고 있다.
솔로몬에 대한 종교적인 평가를 통해서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린다 해도 여호와를 떠난 인생은 불쌍한 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진 교수<연세대 연합신대원 구약학>
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