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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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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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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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 <영광교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공항 로비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마시면서 어느 목사님께서 한 말이다. 얼마 전 선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선교지를 다녀왔다. 오랫동안 선교지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한국에 돌아와 목회하고 있는 필자는 선교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경험했다. 가능하면 필자가 경험하고 필요로 했던 것들이 모든 선교사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 선교지를 방문하여 그들을 돕곤 한다.

특별히 명절이 되면 선교사들은 향수에 젖게 된다. 평상시에는 선교사역에 정신이 없어 외롭고 고독하다는 말이 사치처럼 들릴 정도로 부지런히 사역한다. 그러나 한국의 고유의 명절이 돌아오면 향수에 젖어 때로는 홀로 눈물지을 때도 있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기도로 대신한다. 그래서 필자는 가능하면 명절에 선교지를 방문해 선교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려고 한다. 이번 명절에도 선교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공항 로비에서 일행과 나누었던 이야기였다.

“우리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이 말에 필자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선교지에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만 때로는 힘도 들었다. 이번 선교지 방문 때 선교사님이 숙소를 준비해 놓으셨는데 숙소에 가서 기절할 뻔했다. 숙소가 있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걸어 올라가야 했다. 선교사의 인도를 받아 한참 올라가다가 힘이 들어 돌아보면 4층에 와 있다. 아직도 좀 더 올라가야 된다는 말에 또 다시 힘을 내어 짐 가방을 들고 올라가다 힘들어 또다시 돌아보면 6층, 아직 멀었다. 왜냐하면 8층이 숙소였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8층을 걸어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면 또 다시는 올라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저녁이 되면 8층을 걸어서 올라가야만 한다.

선교지에 머무는 한 주간 내내 8층을 아침, 저녁으로 오르내려야 했다. 한편으로 평상시에 운동하지 않으니 하나님께서 강제로 운동을 시키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했지만 그래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복음 때문에 땀과 눈물을 흘리는 선교사님들을 생각하면 고생이 별거 아니다.

“돌아갈 곳이 있으니 행복해요” 라는 말씀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한 주간 후면 돌아갈 곳이 있기에 기꺼이 어려움을 참아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리 열악하고 고통스러워도 잠시 여행이 끝나면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며, 아무리 8층 꼭대기를 걸어서 올라갔다 할지라도 잠시 후면 편안한 내 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행복하다는 말일 게다.

선교지를 방문하고 잠시 머무는 동안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감사하며 감내할 수 있는 것은 잠시 후에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고난과 고통이 찾아 올 때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은 쉽고 좌절하고 쉽게 포기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갈 곳이 있기에 잠시 머무는 세상에서 그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기쁨과 감사함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돌아갈 곳이 있음에 감사하자.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잠시 세상의 삶이 마감되면 우리는 주님께서 예비하신 처소, 즉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인생 나그네 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주님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말이다. 마치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이 땅에 목숨을 걸고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갈 곳이 있음을 기억하고 믿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너희는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고 더욱 주의 일에 힘쓰는 자가 되라”고 사도 바울은 권면하고 있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잠시 여행길이 어렵다고 흔들리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해지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사람이 되라. 언젠가 주님의 나라에 돌아갈 때 부끄러운 모습으로 주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기쁨으로 만나기 위하여 더욱 주의 일에 힘써야 한다.

주님의 나라에 돌아갈 때 “잘했다”고 칭찬받는 사람들이 돼야 한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믿음의 경주를 하자.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려간다. 바로 그 일에 주인공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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