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본부, 연합기관 각양각색 특채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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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본부, 연합기관 각양각색 특채 불감증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9.2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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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 사회’ 열풍 속 과연 교회는 공정한가 ② 교계 불공정 특채 만연

감사부, 구조조정위도 자식 특채 자유롭지 못해
공개채용 확대를 통한 공정성 확보가 유일한 대안


장관 딸 특채 논란이 한국 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담을 석 달여 앞두고 딸 특채 파문이 터지면서 외교부 수장이 물러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특히 유명환 장관이 딸의 특채를 위해 규정까지 바꾸는 등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는 분노했다.

이른바 3대 고시로 불리는 외무, 행정, 사법고시의 점진적 폐지 흐름과 맞물려 터진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고시생들은 수년 씩 준비해온 고시에 대한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청년 실업 문제와 함께 공정하지 못한 채용의 후폭풍으로 ‘공정성’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채용에 있어서 공정할까.

# 합동, 정치권 인사 자녀 특채 만연
1만1천여 개의 교회와 290여만 명의 성도수를 자랑하는 명실공이 국내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그러나 현재 총회본부는 고질적인 직원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과 특혜 논란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 대다수의 교단과 기관이 공채 조항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없음.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합동총회는 지난 2000년 이후 10년간 공개적으로 직원을 채용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94회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총회 사무국 17명, 출판사업국 11명 등 총회본부에서 녹을 먹는 직원을 합하면 50명 남짓. 이 외에도 기독신문사, GMS 등 총회 유관 직원들을 모두 합하면 100여명 정도다.

그러나 이 중 정치권 자녀가 특별채용 된 사례를 총회본부 요소요소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중에는 본부 운영의 투명성을 조사해야할 부서 소속 목사의 자녀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특별채용 사례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총회 한 관계자 “지금도 정치권 인사들이 자식을 채용시키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현실을 개탄했다.

# 불신 크지만, 제살 도려낼 수 있나
지난 2008년 9월 93회 총회를 앞두고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은 총대 200명(총대 1500명 중 목사 100명, 장로 1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실시한 결과 총회 행정의 문제점에 대해 ‘장기계획 부재’ 27.7%에 이어, ‘인맥에 따른 직원채용’을 24.9%로 꼽았다. 이는 총회본부 직원 채용에 대한 총대들의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 때문에 총회본부 구조조정과 관련한 헌의안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에 지난 94회 총회에서 총회기관 구조정처리위원회를 신설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현재 체제를 1실 5국 체제로 전환, 일부 직원의 인력 재배치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교단 내에서는 위원회가 위원들의 눈치만 보다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총회본부 구조조정위원회 소속 한 위원의 아들도 채용돼 있는 등 ‘제살 자르기식’ 구조조정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동정론도 형성돼 있다.

이에 대해 총회본부 구조조정위원장 임은하 장로는 “채용 사례를 조사한 결과 공개채용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공개채용 사례는 거의 없었다. 들어올 때는 일용직, 임시직으로 들어와서 어느 순간에 정직원으로 둔갑했다”며 채용과정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어 “(가까운 사례부터) 어느 정도 선에서 자르려고 했으나, 본부 자체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거부반응이 매우 컸다”고 처리 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규약을 변경해 향후 인사는 반드시 공개채용 하고, 실국장 등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통해 검증하도록 했다”고 활동내용을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총회본부 한 관계자는 “특별채용 된 이들은 하나같이 임시직 기간을 거쳐 자동으로 정규직이 되고 진급도 빠르다”며 “예전에는 특별채용 된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10년간 공개채용을 한 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교단 내 정치권 자녀들의 특별채용은 총회본부 운영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 기밀 누설 우려 등 공정성 회복해야
우선 총회본부가 확보하고 있는 각종 서류나 기밀 자료가 누설될 가능성이다. 총회 사무국, 은급복지국 등 목회자들의 개인정보는 물론, 전국 교회 정보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것이 특별채용 된 자녀들을 통해 교단 정치권으로 얼마든지 흘러들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문제는 또 있다. 정치적 힘을 가진 인사의 자녀가 조직 내부에 들어오면 구성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위계질서가 잡히지 않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공정한 인사나 행정이 집행되지 않아 상호 불신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이번 95회 총회에도 어김없이 총회본부 구조조정과 관련된 헌의안이 올라왔다. 총회본부 인사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문컨설팅회사에 의뢰할 것을 헌의한 평남노회 이용철 목사(정치부장)는 “현재 총회가 능력보다는 연고, 지연, 혈연에 의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며 “자녀 채용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공정한 처사냐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기구를 통해 공정한 방법으로 채용되지 않으면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교단 총회 본부는 소속 교회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교계 연합사업, 교단 홍보 등을 통해 개교회가 할 수 없는 대사회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대행한다. 총회본부 1년 예산은 약 90억원. 이중 경상비는 급여, 기관지원비, 관리운영비 등을 포함해 43억여 원에 달한다. 이 비용은 총회비와 상회비, 세례교인 헌금, 출판부 수입 등을 통해 충당된다.

총대들 중에는 ‘정치권 인사 자녀들이 특별채용 됐다고 하더라도 일만 잘하면 문제될 것이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또 ‘기왕 본부에서 채용하려면 잘 아는 사람, 목사님의 아들이면 좋은 것 아니냐’는 등 인지상정식 주장을 펴는 총대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 1만1천여 교회, 290여만 명의 성도들을 대표해 운영되는 교단 총회본부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자녀에게 특별채용을 통해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예장합동 총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계 각종 연합기관, 유관단체들의 인사채용 과정도 투명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교단이나 기관의 급여나 고용 제도가 안정적일 경우는 특채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 타교단 연합기관도 예외 아냐
감리교 본부의 경우도 전직 감독들의 친인척이나 선거참모의 자녀들이 포진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 하다. 본부 한 관계자는 “교단 대표가 바뀌면서 자기 사람을 심는 일을 빈번하게 볼 수 있고 공채보다는 특채가 거의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각 위원회나 국별로 자녀들이 채용된 사례와 함께 교단이 직영하는 지역 복지관까지 인사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목사 안수를 받은 직원의 경우 300명 이상 되는 현장 목사와 자리를 교체하는 일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부의 직원 채용 방식이나 불공정한 인사에 대해 교단 내부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모 연합기관의 경우 최근 수 십년째 정식 공채는 한 차례도 없었다. 단 사장이 바뀌면서 새로운 직원들이 특채되거나 빈자리가 날 경우 이사들이 인사에 간여하는 경우만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사업기관의 경우 경력자 한 사람을 뽑더라도 전문성을 먼저 고려해야 하지만 지연과 학연, 교단 등 ‘라인’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연합기관의 사업 능력도 따라서 하향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인사는 만사다. 공정한 방법으로 좋은 인재를 등용할 때, 교단도 연합기관도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공정한 사회’ 논의를 이끌어야할 한국 교회가 먼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채용 과정으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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