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열풍 속 '공정한 교회' 논의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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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열풍 속 '공정한 교회' 논의의 현주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9.06 15: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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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공정한 법적용과 공정성 논의 필요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사퇴로 인해 촉발된 ‘공정 바람’이 사회 각계각층을 흔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로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반의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 한국 사회를 강타한 ‘공정 열풍’
그러나 ‘공정한 사회’ 잣대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먼저 던져졌다. 8.8개각을 통해 임명된 이들 중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지식경제부 이재훈 장관 후보자,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장관 후보자가 쪽방촌 투기 의혹, 위장전입, 정치자금 불법 대출 논란 등으로 인해 지난달 29일 줄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지난달 31일 외교부에 특별채용 되면서 ‘딸 특채’ 논란에 휩싸였다. 유명환 장관은 즉각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고시폐지와 특별채용 확대 정책과 맞물려 ‘공정한 사회’ 논란에 또다시 불을 붙이면서 결국 4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는 11월 개최될 예정인 G20정상회담을 이유로 8.8 개각에서도 유임됐던 유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공정한 사회’ 화두는 더욱더 힘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먼저 기준을 제시하면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정한 사회’ 의제를 확산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정한 사회’ 화두를 중심으로 한 ‘정의 열풍’을 이끄는 데는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가 펴낸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라는 책도 한몫했다. 출간 세달 만에 3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한국 사회가 ‘정의’에 대해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 한권이 제시하는 주제가 대중들의 ‘정의’에 대한 담론을 촉발시킨 것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마이클 샌델 교수는 “모든 논의가 경제 성장에 맞춰져 있고,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도덕적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며 “한국 사회에서도 미국과 같이 경제적 성취를 넘어 정의나 공동선 같은 삶의 본질적인 문제와 논의에 대한 갈증이나 배고픔이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한 법적용과 공정한 논의
그렇다면 교회는 정의로운가. 한국 교회는 공정한가. ‘공정한 사회’ 논의는 교회라고 해서 비켜갈 수 없다. 아니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해야 한다.

2년여를 끌어온 감리교 사태가 지난 20일 총회를 계기로 정상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여전히 김국도 목사(임마누엘교회)를 중심으로 한 6.3총회측과 본부측이 대립하고 있지만, 현직 연회감독은 물론, 법적인 지위에서도 강흥복 감독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한 과정들을 거슬러 추적해보면 2년 전 감리교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감리교의 교단법인 ‘교리와 장정’에 대한 공정한 적용 문제였다. 당시 감리교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제13조(피선거권) 제6항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하여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라는 규정을 후보자들에게 공정하게 적용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는 최근 ‘통합’ 논의를 배제하고 ‘연합’ 논의를 시작했다. 언뜻 두 단어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기하성 교단들은 이 차이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기하성 통합측과 기하성 수호측, 예하성의 통합을 추진하던 지난 2008년 5월, 기하성 교단들은 ‘특별법’ 문제로 양평동측과 서대문측으로 다시 분열했다(분열 당시 예하성은 양평동측으로 들어갔고, 수호측은 지난해 2월 서대문측과 통합했다). 이후 양측은 재산권 분쟁을 둘러싸고 ‘정통성’ 논란을 벌였다. 그러나 서대문측이 법원으로부터 정통성과 관련된 판결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평동측에 합류했던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지성전이 지난해 5월 양평동측에서 이탈해 여의도순복음총회를 창립했다. 이후 소송에서 이긴 서대문측은 올해 5월 총회를 통해 여의도순복음총회와의 ‘재통합’을 결의했고, 통합 논의가 기하성 교단 내 최대 화두가 됐다.

그러나 최근 여의도순복음총회가 ‘교단 대 교단 통합 추진 불가’ 입장을 천명하면서, 서대문측은 ‘통합’ 논의를 ‘연합’ 논의로 바꿨다. 서대문측 교단 한 관계자는 “우리도 통합하려는 것이 아니라 연합하려는 것”이라며 단어와 함께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연합이든, 통합이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정통성’ 논란이다. 여의도순복음총회는 지난 8월 9일 임시총회를 통해 ‘정통성’을 주장했다. 창립 당시 ‘1회’로 표기했던 회기도 ‘제59차’로 변경했다. ‘여의도순복음총회’라는 꼬리표도 뗐다. 교단의 정통성이 여의도순복음총회측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대문측도 최근 실행위원회에서 “개별 교회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교단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회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정통성 논의는 교단의 정체성과 관련된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통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힘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공정한 통합논의를 위해 양측의 지혜로운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 ‘공정한 교회’는 지금 어디로
9월 6일 예장통합 총회를 시작으로 장로교단들의 총회가 추석을 전후로 해서 잇따라 개최된다. 예장합동 총회는 총회장 후보의 자격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제95회 총회장 후보인 김삼봉 목사(대한교회)가 지난 7월 6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총회장인 김삼봉 목사가 9월 16일 열리는 총회에서 총회장직을 이어받아야 하지만, 유죄 선고를 받은 자가 총회장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 외에도 김영우 총신대 이사장, 문철 총신대 법인과 차장 등이 문서위조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형과 집행유예, 벌금 등의 처벌을 받았다.

사회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부총회장 선거 규정을 공정하게 적용하면 당연히 사퇴해야 하지만, 교단 사상 초유의 일로 총회장 궐위 시 대체 법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교단 내 개혁그룹인 교갱협은 “구성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관련된 모든 분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총회의 거룩성 회복과 교단의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삼봉 부총회장과 김영우 총신 재단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총회장 후보 자격을 인정해 별다른 대안이 없는 한 김삼봉 목사가 총회장직을 승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합동 총회는 공정성 논란과 함께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총회장을 맞이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 외에도 교단장 선거, 연합단체 대표회장 선거 때마다 불거지고 있는 금권선거 논란, 각종 연합예배에서 거액의 헌금과 순서를 맞바꾸는 문제, 예배 참석자 수 교세 등 숫자를 속이는 문제, 연합기관 사유화와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은 한국 교회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고,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점차 다원화되는 세상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 어렵고, 가치관이 혼란스러워진다. 지난 2일 별세한 옥한흠 목사는 지난 2007년 평양대부흥 백주년기념예배 당시 설교에서 “솔직히 말해서 예수 믿는 우리들의 도덕성, 가치관, 처세관을 놓고 보면 세상 돌아가는 쪽으로 더 많이 기울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며 한국 교회의 회개를 촉구했다.

성경은 “너희는 오직 공법을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 흘릴찌로다”(아모스 5장 24절)라고 말한다. 더욱 공정하고 더욱 정의로워야할 교회가 ‘공정한 사회’ 논란 속에서 침묵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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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 2010-09-07 23:43:02
얼마나 많은 부정부패가 있는지

이젠

국가가 개입 해야 한다

대통령도 나셔서 하신 말씀인데

거머리 처럼 뜨더 먹기만 하는 기독교는

이젠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세금부터 목사들 학위

그 외 것들

모조리 뿌리 뽑아야 한다

만약 저들이 반대 한다면

그건 대한국민 이 아니며

그 저 밀양 해서 밀 붇어 사는 도망자들이며

성경을 전혀 모르르는 자들이다

특히 목사들

류호준 2010-09-07 20:39:36
"정의를 하수 같이 흘릴찌로다" 하면 마치 하수관으로 흘려버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정의가 거침없이 도도하게 흐르도록 하라"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