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목요강좌 ‘연일 만석’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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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 목요강좌 ‘연일 만석’ 이유 있었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6.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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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섭외에 삼고초려 … 종교 뛰어넘는 ‘함께’ 추구

“다음 주 목요일이 기다려지네요.”

연일 만석이다. 겨울의 찬 기운이 채 가시기 전인 3월 16일, 이어령 교수의 ‘소월은 왜 강변에서 살자고 했나?’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밤마다 계속되고 있는 양화진문화원의 목요강좌 이야기다.

얼마나 모였는지 물었다. 첫 강좌부터 1200명 넘는 사람들이 찾더니 3~4월 내내 800명에서 1200명을 오가며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백주년기념교회 선교기념관은 물론이고 본당과 교육관 등 거의 대부분의 장소를 동원해야 인원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숫자다.

게다가 선교관기념관 외에는 영상을 통해 들어야 한다. 강사의 얼굴이라도 볼라치면 강의 시작 두어 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백주년기념교회 교인은 절반 정도이고 다른 교회 사람들이 20%, 종교가 없는 사람이 30%나 된다. 세대도 초월한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어르신들까지, 그야말로 온 가족들이 함께 참석한다. 심지어 멀리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온 사람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의가 끝난 다음날 올라가는 강연 동영상은 적게는 7천회에서 많게는 1만7천회까지. 2시간 가량 이어지는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에는 해외에서 접속하는 양도 상당하다고 한다.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교계 단체들이 주관하는 강연에서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좌석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사람들에게는 궁금증이 생길법하다. 잘되는 가게, 잘 팔리는 음식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 모이기 힘든 시대, 교회를 껌처럼 씹는 시대 속에서 양화진문화원이 던진 화두가 뭐길래 사람들이 모이는 걸까. 28일 오후 양화진문화원 오종희 원장을 직접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만나고 싶은 분들을 모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이어령 염재호 교수, 신경숙 김훈 박완서 소설가, 안철수 박사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인사들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론 뭔가 설명이 부족해보였다.

올해 초 양화진문화원은 기존의 양화진연구원을 확대 개편했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계층, 세대, 빈부, 성별, 이념 간의 갈등을 뛰어 넘어 미래지향적인 사회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모색하기 위해 목요강좌를 개설했다. 문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강사를 크리스천에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김훈 선생님, 안철수 교수님, 신경숙 소설가님 등은 종교가 없는 분들이십니다. 물론 크리스천인 이어령 교수님, 한국염 목사님이나 염재호 장로님도 계십니다.”

백주년기념교회 표어인 ‘즐거워하는 자와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와 함께 울라’(롬12:15)를 바탕으로 목요강좌 주제를 “함께”로 정했다. 종교마저도 초월해서 ‘함께 가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주제도 기독교적인 것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울타리를 낮춘 덕분에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교회로 모인 것이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어떻게 높은 수준의 강사들을 계속 섭외할 수 있었을까? 오종희 원장은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초야에서 불러냈던 ‘삼고초려’를 비법으로 소개했다.“저희는 이메일, 전화 한번으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정중히 예의를 갖추어서 우리가 얼마나 모시기를 원하는지 설명하고 안 되면 찾아갑니다.”

박완서 선생을 섭외할 때의 일이다. 두세 차례 거절당한 오 원장 일행은 무작정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문전박대는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감행해 모시고 싶다고 간청(?)했다.

박 선생에게 문화원을 소개하며 이재철 목사 이야기를 꺼냈더니 “목사님께 받은 은혜가 있다”며 강연을 수락했다. 지난 1988년 박완서 선생이 갑자기 남편을 잃었을 때 이재철 목사와 성도들이 문상을 와서 기도해준 것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원은 오는 6월 3일 김용택 시인의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10일 이상규 교수(고신대)의 ‘근대 선교운동과 내한 선교사들’, 17일 이어령·이재철 지성과 영성의 만남(3) ‘사회’, 24일 박정신 교수(숭실대)의 ‘교육선교와 개척자 베어드 선교사’ 강의가 진행된다.

또 7월 1일 김두식 교수(경북대)의 ‘국가폭력과 예수의 평화’, 8일 지성과 영성의 만남(4) ‘정치, 경제’를 마지막으로 상반기 강좌를 마친다. 이후 한 달여를 쉰 후 9월부터 하반기 강좌를 시작한다. 이와 함께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종교 간의 대화도 모색하고 있다.

오종희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삶과 인생, 사회적 문제 등 높은 차원의 주제에 상당히 목말라 하고 있다”며 “선교사들이 문화, 교육, 의료 등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사람들을 섬겼듯이 목요강좌를 통해 우리도 세상 사람들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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