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상태바
‘신학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 운영자
  • 승인 2010.06.01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태수 목사<은평성결교회>

서울대나 연고대 등의 대학가 정문에 저녁 어둠이 깔리면, 검은 세단들이 들어온다. 기업의 오너들이나 정치인들이다. 이렇게 낮에는 젊은 학생들이, 밤에는 사회의 지도층들이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검은 세단들이 정문을 지나 이동하는 방향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거의 당연하리만큼 경영대학이나 행정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으로 갔다. 그런 흐름이 바뀌어서 지금은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 쪽으로 몰린다.

단순히 학위나 따든지, 친교 모임을 위해서라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을텐데, 세상의 권력의 흐름, 돈의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캐치하고 빠르게 발걸음을 내딛는 저들이 방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문(文), 사(史), 철(哲)로 일컬어지는 인문학에서 자신들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각종 경영기업, 수치, 통계 등의 스킬(Skill)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현장에서 활용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절감한 것이다. 날마다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넘치는 데이터와 분석들이 어떤 의미가 있겠으며, 미국발 금융위기같은 모랄헤저드 속에서 어떤 스킬로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를 생각하며 회의를 느꼈던 것이다.

지금 저들은 ‘일리어드 오딧세이’라든지 ‘논어’ 등 과거에는 이름만 알고 넘어갔을 동서양의 고전들을 직접 읽어가면서, 그 가운데서 이 시대를 이끌어갈 통찰을 얻어내고자 애쓰고 있다. 바야흐로 인문학의 르네상스가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불과 2천년대 초반까지만 ‘인문학의 위기’라는 주제가 한국 사회의 문제로 크게 거론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본질을 인문학의 위기 그 자체라기 보다는 ‘대학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 교수들의 위기’라는 자성이 쏟아졌다.

그렇다. 인문학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대학과 교수들이 이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컨텐츠와 통찰을 제시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무용론(無用論)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정확한 상황 인식이 이뤄지자 대학들, 그리고 교수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고한 상아탑 안에서 스스로를 높이다가 고립된 그 자리에서, 다시금 시장으로 세상으로 내려오는 고통을 감내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인문학에 다시금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신학계에서도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신학이 위기라는 것은 신학대학의 위기, 신학 교수들의 위기, 교회와 시대에 필요한 통찰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자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

지난 5월에 한국기독교학회(회장:정장복 총장, 한일장신대)가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목회자 초청 간담회를 개최, 목회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15명의 목회자와 20여 명의 학자들이 함께 한 이 자리에서 본인은 “하나님을 ‘이론’에 가두지 말 것”을 신학자들에게 주문했다.

왜냐하면, ‘신학’은 살아있는데 ‘교회’는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져왔었다.
언젠가부터 그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이성과 학문의 한계 속에 가둬놨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이론에 가두지 않는 신학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신학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체험적으로 알 수 있는 곳에 머물러야 하고, 여기서 신학이 출발해야 한다. 더 이상 이성적으로 하나님을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십자가의 보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신학 컨텐츠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중심이 되는 신학으로 목회현장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과 해법을 세상에 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온전해질 때, 목회자들이 신학으로부터 진정한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성도들과 세상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은 목회자의 강단에서, 교회에서 진정한 진리와 자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경영대학에서, 지금의 인문대학으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방황하고 있는 검은세단들이 신학대학으로, 교회의 강단으로 진리의 생수를 얻기 위해 몰리는, 신학의 르네상스가 펼쳐지는 그날을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