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공회 연합원칙 결국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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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공회 연합원칙 결국 깨졌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4.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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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이사회에서 기성 순서 무시한 채 이광선 목사 이사장 연임


합동과 통합 지분과 권한 커지고 나머지 교단은 들러리 전락 우려
2010년 9월5일 이후 찬송가 출판권 모든 교단과 개인까지 개방키로

찬송가로 하나 됐던 한국 교회의 연합이 결국 깨지고 말았다. 재단법인 설립으로 예상됐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29일 천안 찬송가공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28회기 정기이사회에서 이광선 목사는 교단 순번제라는 전례를 깨고 3번째 이사장에 연임됐다. 과거 찬송가공회가 가지고 있던 교단 안배와 연합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성결교 파송이사였던 박용삼 목사는 이사장 선출을 위한 무기명 투표에서 불과 2표밖에 얻지 못했다. 모든 이사들이 한 마음으로 이광선 목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사회가 끝나고 박용삼 목사는 “패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성총회가 가지고 있던 찬송가 권리를 빼앗긴 후 교단에서 받을 질책에 대한 한숨이 묻어 있었다.

기장과 감리교가 재단법인을 거부하면서 이사회 참여를 유보하는 중에도 법인을 지지하며 이광선 목사 곁에 남아 있었던 기성총회는 “법인 설립으로 합동의 지분은 줄고 그동안 불이익을 본 기성의 지분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 결과로 기성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지분마저 행사하지 못하는 꼴이 됐고 연합원칙에 따라 동등하게 대접받던 교단 순번도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 찬송가공회에는 오직 합동과 통합만이 그 권한을 휘두르고 있어 기성은 영원한 ‘들러리’로 전락할 상황에 처했다.

# 새찬송가측 합동 지분만 보장받아

찬송가공회는 합동을 주축으로 예감과 루터, 대신이 포함된 새찬송가위원회와 통합, 기장, 기성, 기장의 판권교단에 고신과 침례교가 합쳐진 찬송가위원회(구 개편찬송가위원회)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새찬송가위원회는 형식상 4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지만 판권을 가진 합동이 모든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동안 공동회장 중 새찬송가의 몫은 반드시 합동이 맡아왔으며 주요 임원도 타 교단에게는 한 자리만 나눠주었다. 합동은 이번에 찬송가공회에 복귀하면서 이같은 전례와 전통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합동과 감리교, 기장 등 주요교단의 이탈로 곤혹을 치르던 이광선 이사장은 합동을 받는 조건으로 요구사항 대다수를 들어주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초 합동의 지분을 줄이기 위해 법인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그의 주장은 역으로 합동의 지분을 키워주는 웃지못할 결과만 초래하고 말았다.

지난 2월 개정된 찬송가공회 이사회 정관에는 제8조 임원의 선임 4항에 ‘임원은 합의정신을 존중하며 교단배정임원수를 변경하지 아니 한다’고 되어 있다. 이어 제13조 5항은 ‘공동이사장의 교단 배정은 전례대로 한다’고 나와 있다. 정관 부칙에도 ‘본 법인은 전신인 한국찬송가공회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명시했다. 이것은 교단의 판권과 권리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교단들이 재단법인이 된다고 해도 교단 연합기관이었던 전통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판단에 삽입한 조항이다.

# 법인 지지한 기성총회 ‘토사구팽’

이 정관대로 전례에 따랐다면 이사장은 교단 순번에 의해 ‘기성’의 몫이다. 박용삼 목사는 지난해 예장 통합이 양보를 요청해 "한 차례만 더 하시라"고 말한 바 있다. 기성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통합이 법인이 안정될 때까지 이광선 목사가 한 번만 하고 내년에 순번대로 기성에서 맡으라고 설득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용삼 목사는 공회에 처음 파송된 상태라 자신이 공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1년 후에 이사장을 맡겠다며 양보했다. 당연히 올해는 기성의 몫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사회는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투표형식을 제안하며 이광선 목사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이광선 목사는 찬송가공회 시절부터 재단법인까지 벌써 4년째 공동대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찬송가공회가 교단들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연합기관으로 운영됐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찬송가위원회측은 매년 공동대표를 판권을 가진 통합과 기감, 기장과 기성이 돌아가면서 맡았기 때문이다.

이사회 정관에 ‘전례’라는 말이 명시되어 있고 ‘합의정신’이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지만 전례와 합의는 ‘합동’에만 적용됐다. 찬송가위원회에는 전례도 교단 합의도 없었다. 감리교와 기장이 재단법인 밖에서 반대투쟁을 벌이는 사이, 공회는 합동과 통합이라는 두 교단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양대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 공회측, “연합기관 맞다” 거듭 강조

공동 총무 박노원 목사는 “재단법인이 된 순간 과거 공회가 가진 여러 가지 교단의 전통과 관례에 있어서 일부는 그대로 적용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법인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며 과거 공회의 운영방식은 이사회의 결의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연합기관의 기능보다 이사들이 전권을 가진 법인의 기능이 우선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박 목사는 “찬송가공회는 연합기관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찬송가공회 이사회 결과를 들은 위원회측 관계자는 “공회가 결국 이사들 중심으로 사유화되도 있다”며 “이것을 예상해 그동안 법인을 반대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찬송가발 반 통합 정서 가속화되나

이광선 목사의 이사장 재선은 최근 일고 있는 ‘반 통합’ 정서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여기에 조만간 열릴 예정인 예장 통합의 기독교서회대책위원회 회의 역시 명분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지강 사장의 3선에 대해 연합정신을 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통합이 찬송가공회에서는 교단 안배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독주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CCA 사태가 반 통합 정서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에서 찬송가에 대한 통합의 원칙 없는 독주와 방관이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찬송가공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오는 2010년 9월5일 이후부터는 모든 출판사와 단체 및 개인에게 반제품 찬송가를 일괄 공급하는 것으로 출판권 시장을 개방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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