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형제도 ‘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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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형제도 ‘합헌’ 결정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2.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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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5대 4로 합헌 판결, 종교 인권단체 “생명권에 반하는 결정” 반발


재판부 “생명권의 절대가치 불구 극악범죄 예방 등 입법 목적 정당” 주장
교회협 등 종교 인권단체들 반발
“96년 판결 되풀이...인간 생명 법으로 침해할 수 없다” 지적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96년 합헌 심판 이후 13년 만에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당시 7대 2로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면 오늘(25일) 심판에서는 재판장 9명 중 5명이 합헌 의견을 내고 4명은 위헌 심판을 냈다는 점에서 차별을 둔다.

헌재의 심판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 정상복 목사는 “하나님이 지으신 인간의 생명을 이념과 제도, 법률로 침범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늘 심판에 대해 종교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와 사형폐지범종교인연합 등 종교 인권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헌법의 기본권인 생명권에 반하는 판결이며 시대착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형제도 합헌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헌법 문헌 해석상 사형제가 간접적으로나마 인정되며 생명권의 절대가치에도 불구하고 법적 결과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사형은 범죄발생을 예방하고 극악한 범죄를 제한하는 등 입법 목적에 정당한 제도이며 극악한 범죄자의 생명권 못지않게 피해자 가족과 일반국민의 정의도 지켜져야 하는 숙명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범죄자로부터 일반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과 정의 실현 등을 이유로 사형제 합헌을 결정했으며 절대종신형 등의 제안에 대해서도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형으로도 영구 격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절대종신형을 두어야할 절박한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위헌 심판을 내린 4명의 재판관은 사형제가 인간의 생명권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전제하면서 “극악범죄에 대한 응벌과 범죄 예방에 기여하는 바가 명백하지 않고 사형제의 오판 위험성 등이 있으며 생명권을 궁극적으로 박탈한다는 취지에서도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생명권 박탈은 신체 자유권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9명의 재판관 중 위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의 수가 결국 1명이 부족해 사형제도는 합헌으로 결론 내려졌다.

결정과정을 지켜본 인권단체들은 “96년 헌재 판결보다 낙후된 결론”이라며 “96년 당시 사형제가 필요악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우리사회의 문화 수준과 안전수준이 높아질 경우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으나 이번에는 이와 같은 내용조차 다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사형제 폐지국가인 유럽에서 잡힌 법인의 경우 사형을 집행할 수 없지만 국내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적용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며 “사형제 합헌 자체가 기괴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엔 인권이사국이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사형제를 존속시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총회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유예)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으며 전 세계 197개 나라 중 실질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지난 97년 이후 실제 형 집행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아 국제 엠네스티로부터 사형폐지국으로 인정받았다.

종교 인권단체들은 이번 국회 입법을 통해 사형제 폐지를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상복 목사는 “사형제도가 이 땅에서 폐지될 때까지 계속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광주고법이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남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어부 오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2008년 9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으로 1996년 이후 두 번째 판결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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