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으로 고동치는 '세상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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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사랑으로 고동치는 '세상의 심장'
  • 승인 2002.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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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동범이는 체육시간을 가장 싫어한다. 넓은 운동장을 가로 지르며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볼 때면 눈가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다.
‘나도 저 아이들이랑 같이 뛰어 놀고 싶은데….’ 그러나 동범이는 아이들과 뛰어 놀 수가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심실중격결손’이라는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서서히 호전될 수도 있다는 병원의 이야기와는 달리 10년이 지나도 동범이의 병은 낫지 않았다. 수술을 해야지만 나을 수 있다는 것이 심장전문병원의 소견이었다.
거듭된 사업 실패로 빚을 진 채 음료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동범이네로써는 몇백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더욱이 몇달전부터는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누워계시는 시할머니까지 모시게 되어 경제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발을 동동 구르는 동범이 부모에게 병원은 한줄기 희망을 선물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심장병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들 부부는 염치불구하고 교회로 편지를 보냈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 해 겨울방학, 교회의 도움을 받아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지금, 동범이는 건강을 되찾았고 씩씩한 어린이로 잘 자라고 있다.
“저희보다 어려운 가정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우리 힘으로 수술비를 마련해보려고 했는데 남편 혼자 버는 것으로는 부채이자를 갚기도 빠듯했죠. 늦게 시작한 신앙생활이었는데 이렇게 교회의 도움으로 아이가 새생명을 얻었으니 정말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 부부는 동범이에게 어려서부터 바른 신앙을 심어주기로 했습니다. 또 우리가 받은 사랑을 다른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나누어 주기 위해 열심히 살겁니다.”지난 1일 심장병수술돕기 3천명 돌파 감사예배를 드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의료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 사랑나눔은 지난 84년 신문에 호소된 경남 하동의 김영식군의 수술지원에서 시작됐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심장질환인 청색증을 앓았던 영식군은 13살이 되어서야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병세가 악화되면서 통학을 포기하고 말았다. 영식군의 딱한 사정은 이웃주민들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고 이 소식을 접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심장수술에 필요한 수술비 및 치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그 이후 심장병 수술 지원은 19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여름 3천번째 수혜자로 수술을 받은 상우는 심장 심실에 구멍이 뚫려 혈액순환이 원할하지 못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터질듯한 아픔을 호소했다.
가여운 아들을 위해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어 병원을 찾은 아빠는 어린이심장지원센터에서 여의도교회의 심장수술비 지원 소식을 들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도움을 청했고 교회는 흔쾌히 수술비 지원을 약속해왔다. 부부의 간절한 기도가 응답받는 순간이었다.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끝났고 상우는 새 삶을 얻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보름동안 의료분과위원 장로님들이 매일 찾아와 기도해주신 것이다. 상우 아빠는 물질적인 도움도 감사하지만 세심하게 배려해준 마음이 더 큰 사랑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심장병수술을 지원하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 교회에는 아픔과 치유를 호소하는 갖가지 사연들이 밀려들었다. 태어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아부터 중년을 훌쩍 넘긴 50대 아줌마까지 단돈 몇백만원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었지만 그들에겐 커다란 부담이었다.
하지만 도움을 청하는 모든 사람을 지원할 수는 없는 일. 교회는 몇가지 기준을 세웠고 도움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 환우들을 대상으로 수술을 실시했다. 인천 길병원과 부천 세종병원 그리고 인제대 백병원 등 3개의 병원과 자매결연을 맺었고 병원을 통해 도움을 호소하는 환우들이 점차 늘어났다. 84년 김영식군의 수술을 시작으로 90년 한해만 3백명이 넘는 환우가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한국인에 머물지 않았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에게도 생명을 선사했다. 96년에는 우즈베키스탄 교포 김유라군이 수술을 받았으며 97년에는 네팔의 아니쉬 슈레트군과 베트남의 웬 두이롱, 웨 띠딴 쑤안 등이 새생명을 얻었다. 이렇게 한 사람 두사람의 생명을 살린 것이 3천명을 넘어섰고 지원 비용만도 40억을 훌쩍 넘겼다.
의료분과에서 오랫동안 봉사자로 참여한 윤용환장로는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전체의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호흡곤란과 청색증에 시달리며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되는데 그 아이들이 성도들의 기도와 나눔으로 운동장을 뛰어 놀 수 있게 되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교회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은 사람이 3천명이 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서 잘 자라고 있다며 꾸준히 연락하는 수혜자는 거의 없다. 도움을 받는 사람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그저 건강히 잘 살기만 하면 그뿐. 어차피 댓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딱 한명, 어린 시절 교회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익명의 한 청년이 군생활 26개월동안 모은 월급을 다른 환우를 위해 써달라며 헌금해온 것이 전부. 윤장로는 “환우들이 하나님이 치유해 주신 것을 깨닫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할 뿐이다.
교인들이 폐지와 우유팩을 모아 헌금한 돈으로 유지되고 있는 심장병 수술돕기 새생명운동은 올해도 어려운 환우를 찾아 계속 이어진다. 3월초 태어난지 3일만에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받은 한 이름없는 신생아가 3천1백1번째 수혜자로 새 삶을 얻게 된다. 사랑의 ‘하트’로 상징되는 심장.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사랑을 베푸는 것처럼 건강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 건강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늘도 나눔과 기도와 치유를 통해 ‘세상의 심장’이 되어 힘차게 박동한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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