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임하심; 종말을 경시하는 안이한 태도에 대한 경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던 사람이 외부 계단을 통해 실내로 들어가 세간을 가지러 가지 말라는 말씀이나, 밭에 있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명령은(눅 17:31), 만일 전 세계적 보편적 현상이 될 것이 분명한 인자의 날의 견지에서 볼 때는, 사뭇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신학자들은 공관복음 저자들이 이 구절을 인자의 날 문맥에 무리하게 삽입시킨 실수의 결과라고 말하기도 하나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옳을 것인가?
사실 복음서에 등장하는 이러한 예언적 구절들을 이해함에 있어서 우리가 유의할 점은 주님이 곧 다가올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과 역사의 끝에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 및 그와 연계된 종말론 위기를 함께 바라보며 예언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좋은 예를 우리는 구약 선지서에서 발견하게 된다. 예레미야의 경우 그는 당대의 상황적 정보에 근거하여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을 예언하였지만, 동시에 그는 하나님의 직접적 간섭에 의한 역사의 궁극적 종말을 선포하기도 하였다. 이 두 말씀을 함께 고려해 볼 때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에 관한 예레미야의 예언이 역사의 종말에 있게 될 위기 및 혼란에 대한 종말론적 비전과 함께 섞여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렘 4:23-26). 요엘의 경우 메뚜기 재앙의 환상을 회개하지 않는 이스라엘에 대한 일시적 처벌로 보기도 하고, 또한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을 상징하는 여호와의 날의 시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구약에는 여호와의 날의 도래에 대한 많은 말씀이 등장하는데(사 13:6, 겔 30:3, 욜 1:15, 3:14, 옵 15, 습 1:7), 이는 당면한 역사적 위기가 영원한 역사의 순간과 관련되어 있어 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구약의 선지자들은 망원경적 안목을 갖고 임박한 미래의 그림과 궁극적 미래의 그림을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복합적 비전 안에서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구약적 선례를 상기할 때 인자의 날과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이 연계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되며(눅 12:40), 따라서 노아와 롯에 대한 말씀은 동일한 이중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다가올 종말에 대한 안이한 태도가 비극적 최후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