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69) 그리스도 재판과 베드로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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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69) 그리스도 재판과 베드로의 배신
  • 승인 2006.01.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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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예수님은 그를 잡은 무리들에게 이끌려 산헤드린 공회 앞에 세워졌다. 사실 유대 당국자들은 처음부터 주님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처단하기 위해 거짓 증거를 찾으려 했기 때문에 이 심문을 ‘재판’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인 판결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두 세 사람의 증인이 필요하였으나(신 17:6), 그 증거가 일치하지 않아서 그들은 실패하고 말았다(막 14:59; 마 26:60). 그리하여 성전에 관한 주님의 말씀을 빌미로 삼았으나 그에 대한 더 이상의 추궁이 없는 것을 볼 때 이 역시 무위(無爲)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마 26:61).



그러자 마침내 대제사장이 직접 예수님을 추궁하면서 답변을 유도해 내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마 26:63). 이제까지 침묵하던 주님은 비로소 자신의 신분을 대중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적으로 밝혔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장차 오실 심판자로서의 신분을 나타내 보이셨다(마 26:64). 이 구절에서 “이후에”란 말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표현으로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성취됨으로써 시작될 새 시대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곳에 언급된 “인자”(직역, ‘사람의 아들’)는 다니엘 7:13에 대한 인용으로써, 종말론적 인자의 신성(神聖)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인자(人子)란 용어는 신성을 드러내는 ‘하나님의 아들’과 대조되는 메시아 칭호로서 우선적으로 인성을 가리키면서 이사야 53장의 ‘고난 받은 여호와의 종’의 개념을 나타내지만(마 17:22; 20:17-19), 여기에 단 7:13의 신성적 의미가 결합됨으로써 신인(神人) 양성을 소유하신 그리스도의 특별한 신분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칭호는 복음서에서 오직 예수님만이 사용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님의 메시아로서의 자기 인식을 잘 드러내주는 특별한 호칭인 것이다.


마태는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들로 구성된 유대 종교지도자들과(마 26:57-68) 빌라도가 대변하는 로마 정치지도자에(마 27:1-14) 의해 주님이 재판받는 장면 사이에 수제자 베드로의 실패를(마 26:69-75) 삽입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구조는 이러한 샌드위치 구조를 선호하는 마가복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누가복음에서는 베드로의 부인(否認)이 유대 당국자들의 심문 이전에 나타난다(눅 22:54-23:5).


마가와 마태복음에 나타난 이 샌드위치 구조는 결국 주님의 자기 고백(마 26:64)과 베드로의 배신을 대조하여 부각시키고 있다. 이를 통하여 마태는 믿음의 신실성이 시험 받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겠다(참고, 마 10:33).



그러나 베드로의 죄가 다른 제자들의 죄보다 더 큰 것은 분명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제자들 역시 모두 그 스승이신 주님을 버리고 도망쳤기 때문이다(마 26:56). 단지 베드로의 실패가 부각되는 것은 자기만은 결코 주님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한 그의 장담(마 26:33)과 복음서 내에서의 그의 중심적 역할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베드로처럼 연약한 인간을 자신(自信)하는 자들이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교훈하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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