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역자들의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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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역자들의 특권
  • 승인 2005.10.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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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교수<서울신대 구약학>


기브온에서 크게 패한 아모리 연합군은 서둘러 퇴각을 결정했고, 여호수아의 군대는 이들을 아세가와 막게다까지 추격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놀라운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났다. 여호수아의 기도로 태양과 달이 멈추게 된 일이다. 여호수아서 본문에서도 그런 일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던 역사상 초유의 사건임을 밝히고 있다(수 10:14).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행하신 갖가지 기적들이 기록돼 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못하실 일이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적은 꼭 필요한 상황 속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 여호수아가 태양과 달을 멈추게 한 기적은 어떤 상황 속에서 일어난 것일까?


그와 같은 기적은 퇴각하는 아모리 연합군을 추격해 전멸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스라엘에게는 적을 추격해 전멸시키는 일을 위해 낮시간의 연장이 필요했다. 그것은 이스라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싸우시는 전쟁을 위해서였다. 여호수아서 본문은 그런 점을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음이니라”(10:14)는 표현 속에서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이 베푸시는 기적은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이지만, 최종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역사와 뜻을 이루는 것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난 것은 여호수아의 기도를 통해서였다. 전쟁에 몰입해 있던 여호수아는 남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낮 시간이 더 필요함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곧바로 하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여기에서 ‘아뢰다’에 사용된 히브리어 동사 ‘딥베르’는 ‘이야기하다’, ‘말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로 ‘상의하다’에 해당된다. 여호수아는 전쟁의 총 책임자인 여호와께 나아가 당시의 전황을 보고하고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요청한 것이다. 수준 높은 기도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자신을 헌신하는 기도 곧 하나님의 목적에 집중하는 기도다.


낮시간을 연장시키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임을 확신하게 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태양과 달이 멈출 것을 기도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여호수아의 기도는 하나님께 그렇게 해달라는 요청의 기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태양과 달이 멈출 것을 지시하는 일종의 명령형 기도였다. 태양과 달을 멈추게 하실 분은 분명 하나님이시다. 그런데도 여호수아가 명령형으로 기도한 것은 하나님의 사역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해준다.


여호수아는 여호와 전쟁의 참여자로서 다급해진 상황 속에서 낮시간의 연장이 필요하고 하나님께서도 그 일을 원하고 계심을 알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명령형 기도를 드릴 수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역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도 복음전파를 이룰 자들에게 갖가지 표적을 행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셨다(막 16:17-18). 여호수아는 태양을 멈추게 한 기도 속에서 그런 특권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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