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의 씨’를 품고 성화돼야
상태바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의 씨’를 품고 성화돼야
  • 운영자
  • 승인 2009.06.10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재명예교수<한신대>


지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후, 기독교 신학의 흐름은 시대적 변화가 제시한 삶의 문제에 대한 교회의 창조적 반응결과로서 점철 되어있다. 복음진리는 영원할 지라도, 복음과 시대적 상황이 만나 빚어내는 교회의 신학적 반응은 언제나 상황적이고, 상대적이고, 유한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18세기 인간의 이성주의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교회의 신학적 반응은 반 계몽주의적인 보수정통주의와 적극적 반응으로서 친계몽정신적 성향의 진보적 신학으로 양분되어 나타났다. 전자의 신학적 흐름을 속칭 신본주의 신학이라는 보수주의 신학흐름이라 부른다. 후자의 형태는 칸트철학에 영향 받은 윤리적 기독교와 개신교의 문화적 기독교로 나타났는데 자유주의신학 혹은 인본주의신학이라는 표지가 붙었다.

기독교의 보수정통주의와 진보적 인본주의 기독교는 20세기 초, 세계 1,2차 대전을 겪으면서 양편 모두 그 근저에서 고강도의 지진 진동을 겪었다. 그리하여, 국제연합(UN)이 형성되듯이, 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나 복음주의협의회(NAE)로 개신교의 교회운동이 2분화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세기 교회의 신학운동은 이러한 역사변동에 대한 반응이었지만, 어느 신학운동도 영원한 신학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20세기 들어와서 어떠한 주류적 신학운동도 30-40년을 지배하지 못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인간의 시대적 상황의 중심문제가 대체로 1세대 시간길이 곧 30년-40년을 단위로 하여 변화하기 때문이다. 신학 무용론자나 신학 경시론자는, 사실은 자기가 만든 자기류의 검증되지 않는 신학체계를 가지고, 신학을 잘 모르는 평신도들 앞에서 ‘영원한 신학’이라고 설파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직하고 솔직해야 한다. 신학이란 게 별것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영원한 진리복음’을 매 시대마다 인간이 직면한 실존적, 시대적 문제와 연관시키면서 복음의 진리로 그 문제를 해결 돌파하려는 교회의 창조적 지성활동이요 교회의 응답인 것이다. 시대적이고 실존적 문제와 연관시키지 않은 신학은 추상적이거나 무책임한 것이 되고, 영원한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을 망각한 상황신학은 공허하고 3류 종교철학담론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교회가 우리시대에 대응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정말 위험한 문제는 보이지 않게 현대인들과 특히 젊은이들의 맘을 파고들어가는 유물론적 환원주의와 물신 숭배적 바알문화의 범람이다. 유물론적 환원주의는 지난 세기의 단순한 철학적 무신론이나 반종교적 처세관이 아니다.

이러한 유물론적 환원주의자들이 모두 비윤리적이거나 도덕적 가치에서 무규범주의자 이거나 자유방임적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그들도 사랑ㆍ진리ㆍ아름다움ㆍ선함ㆍ문화가치 등을 옹호하고 그것들의 발전에 진력한다. 다만, 그러한 모든 것들은 물질의 부수적 현상이거나, 물질의 복잡한 구조역학관계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신념을 갖는다. 단적으로, 하나님 신앙에 기반을 둔 종교란 아직은 덜 성숙한 인류문명의 환상이며, 인간이란 생화학적 물리적 ‘복잡계의 기계’ 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그들과 유물론ㆍ유신론 논쟁을 벌인다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교리적 ‘하나님 형상론’을 교의학적으로 변증하는 것도 별 매력이나 설득력이 없다. 유물론적 환원주의가 세를 얻어가는 21세기 시대적 무신론의 풍조 속에서, 이론투쟁은 별 효과도 없고 설득력도 없다.

오직 한 가지 있다면, 인간이란 생화학적-물리적 복잡계로서의 기계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들’로서 온전히 영글어 익어가야 할 ‘하나님의 씨’(요한1서 3:9)를 그 생명 안에 품고 있는 존재, 곧 성화(聖化)되어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서 삶을 통하여 증명해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