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신학, 기장과 예장의 분열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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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신학, 기장과 예장의 분열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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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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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사회과학회, ‘칼뱅주의 논쟁’ 학술대회에서 이철교수 주장
▲ 한국인문사회과학회는 `칼빈주의`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칼빈과 그의 신학은 기장과 예장의 대립과 분열에 필연성과 정당성을 부여한 만큼 한국 장로교 분열과정에 있어서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인문사회과학회(회장:이원규교수, 감신대)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칼빈주의 논쟁:인문사회학에서’를 주제로 개최한 ‘2009 봄 학술대회’에서 이철교수(숭실대)가 이같이 주장했다.


‘칼빈주의와 1953년 한국 장로교 분열과정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이철교수는 “1953년 4월24일 대구 서문교회에서 열린 ‘제38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이후 ‘예장’과 ‘기장’이라고 명명된 교파의 분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분열의 원인은 신학적 요인과 교권적 요인이었는데 근본적인 토대는 성경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을 강조하는 칼빈의 신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선교가 시작된 이래 반세기가 흐를 동안 변함없이 철저한 보수주의 신학사상에 의해 주창되어온 교회였지만 1945년이 지나면서 미국에서 벌어진 현대주의와 근본주의 논쟁과 유사한 사상적 대립이 한국교회에서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교회 분열의 중심에는 신학적 논쟁뿐만 아니라 교권 대립까지 존재했는데, 이 시기 보수주의신학을 대변하는 박형룡박사와 고려신학교 및 장로회신학교 측과 현대주의를 대변하는 김재준박사 및 조선신학교 측의 대립이 있었다는 것.


특히 논쟁의 시작은 자유주의신학 사상을 가지고 있던 김재준박사가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을 공격하면서 시작됐고,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박형룡박사가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국교회의 대립 및 분열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박형룡박사와 김재준박사 간의 대립이 진행되는 가운데 보수진영인 정통주의 측이 한국장로교의 자유주의화를 염려해 오염원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1952년 4월29일 ‘제37회 총회’에서 김재준교수의 면직처분과 그와 동일한 신학사상을 소유했던 서고도선교사의 처단, 조선학교출신 교역자 불채용의 처단 등을 내리면서 교단분열이 가시화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교수는 “1953년 교단 분열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영웅’ 서사를, 자유진영에는 ‘비극’ 서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즉, 보수진영은 자신들과 자유진영의 대결을 성과 속의 이항대립의 구도로 구성해 자신들과 자유진영의 대립을 성과 속(선과 악)의 대립 사건의 성격으로 특징지었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은 김재준박사와 조선신학교를 ‘자유주의 신학자’, ‘이단신학교’, ‘용공주의자’로 구성한 반면, 자신들은 ‘정통’, ‘성서중심’, ‘전통수호’, ‘교회수호’ 등으로 코딩했고, 전개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의미 있게 하는 ‘영웅’ 서사로 구성했다는 것.


이교수는 “보수진영은 ‘악인’이 출현해 위협하는 상황에서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일어나 싸우고 지켰다는 서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공했고, 진보진영 역시 자신들에 맞는 서사를 만들었지만 상징생산 수단의 통제력은 보수진영의 것이 더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결국 1953년 분열사건은 신학이나 교권만 아니라 상징적 생산 수단까지도 가지고 있던 보수진영이 효과적이고 결정적으로 사건의 성격과 의미를 자신들의 의도하는 바에 따라 부여함으로써 한국 장로교의 대립과 분열에 필연성, 의미,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인문사회과학회는 칼빈주의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김광기교수(경북대), 김성진교수(덕성여대), 이필은교수(나사렛대), 김철교수(숙명여대), 신현수교수(평택대), 박정신교수(숭실대) 등도 발표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칼빈, 베버 그리고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 ▲칼빈과 유럽질서의 변화 ▲칼빈에게 있어서 여성 지도력과 adiaphora ▲칼빈주의와 법에 대한 사상사 ▲인문주의와 칼빈주의 ▲조선에 온 칼빈주의 구학파 등의 주제로 발표하면서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칼빈주의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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