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성공 10%미만…동기부여 흥미유발이 더 중요
상태바
사교육 성공 10%미만…동기부여 흥미유발이 더 중요
  • 정재용
  • 승인 2009.03.25 15: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사교육 걱정 어떻게 줄일까

초등 영어사교육 3조 4천억, 중.고교 2배 넘어

영어가 모든 성공의 열쇠라는 생각 위험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8년 사교육비 규모가 20조 9095억원, 1인당 월평균 23만 3천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 집계된 가운데 무분별한 영어사교육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서도 무려 11.8%가 증가한 수치로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지난 24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대표:이병민교수, 서울대)은 영어사교육의 현실을 짚어보고 자녀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효과적인 영어교육을 시켜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영어 사교육 실태

우리나라의 영어사교육의 규모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의 32.7%인 6조 8513억이 영어교육에 투자된 사교육비다. 또한 전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중 초등학생의 영어사교육비가 3조 4527억원으로 중학교 1조 9852억, 고등학교 1조 4134억원을 크게 웃돌며 조기교육의 열풍이 과도하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영어전문학원의 경우 최고 75%까지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영어몰입교육으로 대표되는 각종 정부의 정책들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냉천초등학교 홍인기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영위원)는 수도권 서부, 수도권 북부, 서울 강서, 분당, 강남 지역에 위치한 5개 초등학교 2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의 초등학생들이 3학년 이전에 영어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사교육의 중심에 영어가 자리 잡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평균 영어학습시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홍교사는 초등학생들의 평균 영어 학습 시간은 1-2시간 36.6%, 1시간 미만 29.8%, 2-3시간 19.7%, 3-4시간 7.1%, 4시간 이상 6.7%로 나타났다며 초등학생들의 70% 이상의 학생들이 하루에 최소한 1시간 이상 영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고 3시간 이상 투자하는 학생들도 13.8%로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후유증은 학교에서 영어학원의 숙제를 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사대상 초등학생들의 23.1%는 영어학원 숙제를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토플 등에 응시하는 초등학생들이 증가하는 등 이러한 현상들은 명문중학교, 명문고등학교, 명문대학교로 이어지는 입시경쟁의 시작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홍인기교사는 “입시 경쟁의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는 영어 교육의 틀을 과감하게 탈피하여 기본적인 정보를 획득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시급하다”며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동시에 즐겁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보다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옆집 엄마 신드롬

대부분의 부모들은 영어 광풍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해 비난하고 우려하다가도 막상 자신의 아이 상황이 되면 입장을 달리한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만 때를 놓쳐 뒤처지면 어떻게 하지?’라면서 초조해하고 ‘영어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만한 굳은 심지를 갖고 있거나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면 서서히 아이가 취학기가 됨에 따라 영어 유치원을 보내할 할지 일반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까지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누구네 집 아이는 영어 유치원을 다니는데 영어를 잘한다더라, 누구네 집 애는 뭘 배운다더라, 6살인데 벌써 중학교 영어를 한데더라, 영어 책을 줄줄 읽는다더라하는 소리를 들으면 더욱 심하게 자극 받는다. 심지어 교육적 주관을 갖고 자녀를 잘 지도해온 엄마들도 옆집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나면 ‘내가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옆집 엄마와 이야기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김채현교사(성미산 학교)는 “교육정보가 넘치다보니 부모들에겐 웬만한 소신과 자신감 없이는 점점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진다”며 “전문가의 말보다 실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옆집 엄마의 말이 더 현실적으로 들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려했다. 또 “저 학원이 더 좋다는데 이번에 저곳으로 학원을 옮길까 하는 등 부모들이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이 학습법에서 저 학습법으로 옮겨 다니면서 결국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왜 이런 학원 쇼핑을 하고 있는 것일까? 김채현교사는 “이러한 현상은 영어가 장차 모든 성공의 열쇠가 되어줄 거라는 생각과 어떻게 해서든 그 열쇠를 자녀에게 쥐어주고 싶은 꿈 때문이다”며 “과연 영어가 모든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인지 영어 학원을 다닌다고 그 영어라는 열쇠가 쥐어질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어의 성공은 영어 유치원을 보냈다고 해서, 혹은 영어 학원을 다닌 기간이 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교사는 “아이의 자질, 동기, 아이가 환경적으로 영어에 얼마나 노출이 되어 있느냐 등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10%도 안 되는 성공률에 나머지 90%까지 목을 매고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아울러 “10%안에 드는 아이들도 단순히 학원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닌 개인적 능력, 부모의 학력, 문화적 경험 등 수많은 변수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영어교육의 성공과 사교육은 별개임을 강조했다.


# 행복감 느끼는 교육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영어사교육시장이 외국의 거대자본까지 들여오는 등의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어가 충분히 재미있는 과목일 수 있는 나이에 학생들은 이렇게 버거운 학습을 감당하고 그것을 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교육시장의 덩치가 커질수록 부모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시험 성적은 오를지 몰라도 전체 의사소통 능력 면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은 영어학습을 강요받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나을 수밖에 없다.

김채현교사는 “모두가 ‘빨리’, ‘남보다 먼저’를 외치고 교육이 몰이를 당하는 상황에서 영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니 조금만 ‘slow down’ 해달라고 외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가 될 뿐”이라며 “하지만 조기 영어 교육의 역사가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그 실효성을 따져보고 문제가 있으면 방향을 틀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영어교육의 개혁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또한 “방향을 트는 것은 전체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영어가 중요한 과목이긴 하지만 정말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큼 중요한가?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가? 라는 점을 사회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고민해볼 문제”라고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지현학부형은 “초등학교 6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을 가진 학부모로서 다양한 영어사교육을 받아 봤지만 아이들의 관심과 성격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그 효과가 크지 않음을 경험했다”며 “사교육에 치우치는 것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영어공부를 아이에게 조심스레 접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직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후배엄마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영어 말고도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영어도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중요한 외국어의 하나로, 도구로서, 수단으로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며 영어의 높은 기대치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학습량이나 학습시작시기보다 아이의 영어에 대한 흥미와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대표 이병민굣는 “영어와 관련된 과도한 사회적 거품을 빼기 위한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의 영어교육에 대한 철학과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올바른 영어교육이 학교공교육을 포함하여 사회적인 시스템 안에서 공정하게 실현되기 위한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typo 2019-04-02 18:32:37
밑에서 4번째 줄에 이정민굣 이라고 오타 나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