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 정치이념을 예언자적 시각으로 비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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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정치이념을 예언자적 시각으로 비판하라”
  • 표성중
  • 승인 2008.08.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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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소장연구자들, 현 기독교의 정치참여 현실에 대해 쓴 소리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명동청어람에서 진행된 ‘제1회 기독 소장연구자 컨퍼런스’에서 기독 소장연구자들이 한국교회의 정치참여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탈배제의 정치와 기독교 이데올로기’란 제목으로 발표한 정정훈 연구원(연구공간 수유+너머)은 “오늘의 한국교회는 배제의 정치를 더 강화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수호자로 자처하며, 시청 앞 구국기도회 및 일부 목회자들의 정치적 발언 등 성도들을 장로 대통령의 친위대로 동원하고 있다”고 꼬집고 “한국 교회는 탈배제의 정치라는 차원에서 이데올로기를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교회가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선교라는 이름으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이름으로 진행시킨 활동들은 바로 기독교인이라는 특정한 정체성을 유일한 정체성으로 만들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실천, 혹은 이데올로기적 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선교를 주장해 오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제 영역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해 세계를 변화시키자는 당찬 포부를 밝혀왔지만 이러한 실천은 아직까지도 별다른 내용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교회가 아무런 현실적 내용 없이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고 마는 사회선교나 정의를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 사회의 체제와 그에 따른 배제의 폭력이라는 구체적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담론과 실천이 배제의 폭력을 심화하는 유일 정체성의 이데올로기가 아닌가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논하려면 먼저 기독교적 정체성만이 유일한 정체성이라는 배타적 정체성 이데올로기를 포기해야 하며, 사회 안에서의 상호인정을 통해 권리의 보편성을 구축하는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음과 상황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복음주의적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발표한 배덕만교수도 사학법 개정, 주한미군철수 반대, 이라크 파병 지지, 장로대통령 만들기, 반 촛불집회 등을 예를 들며 “한국의 보수 기독교가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으며, 한국의 정치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도적 정치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보수 기독교는 자기정체성의 혼란과 사역의 방향감 상실, 세상과의 적절한 거리유지에 실패해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교회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합법적인 권리이며 의무이지만, 현재 한국 보수 기독교의 정치세력화 현상 및 그 현상의 방향과 내용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분별한 정치참여는 종교 혹은 교회의 본질 자체를 왜곡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교회의 예언자적 기능 대신 현 체제를 맹목적으로 보수하려는 타락한 제사장적 역할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성과 세상의 오염된 사상과 문화를 비판하고 개혁하기 보다는 세상의 정신과 세력으로 인해 교회의 성역이 장악되고 파괴되는 괴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배 교수는 최근 한국의 보수적 기독교는 우파 정권과 자신들의 운명을 동일시하며, 특정 이념의 맹목적 지지세력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추구해 특정이념이나 정당을 지지하고, 자신들이 직접 정치적 싸움판에 뛰어드는 오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특정 이념이나 정당의 하수인 역할을 하기보다 세속적 정치이념에 대한 예언자적 비판세력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정 이념의 눈으로 성경을 읽고, 세속적 정치이념을 뒤틀린 신학적 해석으로 정당화하는 지독한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에 대한 정직한 독서를 바탕으로, 세속적 정치이념을 예언자적 시각에서 비판하고,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정권다툼에 함몰되어 있는 정치인들에게 보다 높은 도덕과 정치적 이상을 제시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복음주의자들은 특정한 윤리적 사항들에 집착하는 대신, 일관되고 폭넓은 기독교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해서 개인윤리와 사회윤리를 통합한 보다 거시적이고 통전적인 윤리관을 확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원론과 혼합주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기현목사(부산 수정로교회)도 “한국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오랜 숙원은 교회 갱신과 사회 변혁”이라고 강조하고 “교회 갱신은 교회의 정체성의 회복이고, 사회 변혁은 적절성의 유지인 만큼 교회는 교회다워지는 동시에 세상을 구원하는 하나님 역사에 동참하는 등 어느 하나라도 배제되거나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번 기독 소장연구자 컨퍼런스는 한국의 상황에서 기독교적 사고의 의미를 탐구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각 사회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20여 명의 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하고 상호 토론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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