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를 초월해 협력할 때 난국 극복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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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를 초월해 협력할 때 난국 극복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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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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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영교수 <전 성결대학교 총장>


건국 60주년 불구 외교적 독도 분쟁 등 발생하며 위기

국민들 종교 지도자 언행 신뢰…바른 길로 이끌어야


우리는 지금까지 시대착오적이며 소모적인 이른바 진보 대 보수라는 2분법적인 극한 이념논쟁으로 말미암아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쓰라린 경험을 하여 왔다. 지난 정부는 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그간 대북 유화정책을 펼쳤으나 북한은 변한 것이 없으며, 새 정부는 상호주의의 원칙하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남북이 일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대외적으로는 그간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터무니없이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이 최근에는 차세대의 교육을 통해 대(代)를 이어 ‘독도분쟁’을 조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우리 민족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요약되는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왜곡 등, 우리 대한민국은 현재 대내외적인 갈등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맞이한 2008년은 건국 6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우리가 힘써야 할 일이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이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분열된 국론의 극복을 통한 ‘국민화합’이며 이로써 가능한‘국가정체성’의 회복이며 강화라 할 것이다.

국력(國力)은 국민화합에서 나온다. 즉 국민의 진정한 화합 없는 강국(强國,strong nation)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화합은 국력의 에네르기원(原)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화합의 정신을 성경에서 인류의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죄인된 인간의 연합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성경이 가르치는 바의 구원은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분리되고 불화하게 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사함을 받고 하나님과 화해하며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가 된다는 의미이다(롬6:5). 이처럼 인간은 위로 하나님과 화합해야 하는 존재이며, 아래로 이웃과 화합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이 이웃과 화해하고 마음과 뜻을 합하게 될 때, 그만큼 큰 ‘관계상의 힘’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 힘은 운동역학의 승법번식처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백짓장도 맞들면 가벼운 것”이며, 삽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전4:12). “다섯이 백을 쫓고 백이 만을 쫓는다”(레26:8). 국민의 단합된 힘은 이와 같은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종교 간의 화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경우에 ‘화합’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으므로 ‘협력(協力,cooperation)`, 또는 ‘연대(連帶,solidarity)`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종교마다 그 종교가 표방하는 진리의 노선이 있고 고유한 교리와

체성이 있기 때문에 화합이라는 말이 때로는 오해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유의하는 것을 전제로, 한 국가 안에 더불어 존재하는 주요 종교, 또는 종단은 국가의 발전과 역량 제고(提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뜻에서 주요 종교 간에는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긴밀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신론자도 있지만, 대체로 국민은 신심(信心)을 가지고 어느 종교에든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지역 간, 계층 간의 갈등과 분열도 때로는 ‘종교 차원의 협력’ 속에서 극복될 수 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또한 국민은 정치나 문화 등 일반 사회지도자의 언행에 대해서는 불신하는 경우가 많으나 덕망 있는 종교지도자의 말과 행동에는 신뢰와 존경을 보내고 있음을 우리는 현실 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들의 권위 있는 조언과 충고가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국가정체성(國家正)體性,national identity)`의 강화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서언에서도 언급했듯이 국가의 정체성은 국민의 화합된 힘, 즉 일체감 속에서 지켜지며 발전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진정한 화합은 국가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 강화하는 대전제가 되는 것이다.

국가정체성의 사전적인 의미는 정치 및 경제 등 한 나라의 지배적인 사회제도에 대하여 구성원인 국민이 갖는 일체감(unification)을 의미한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국가정체성은, 국민의 국가에 대하여 갖는 심리적인 일체감(유대감)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신념체계(애국심, 충성심)를 의미하며 국민 단합과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정체성은 국민을 단합시키고 결속시키는데, 국민의 진정한 단합 없이는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에서 양자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이자 상호보완적이며 불가분리의 관계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국가정체성은 사회통합 혹은 국민통합[화합]을 가능케 하는 국가 존립의 근거이자, 가장 소중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화합을 통해서 발전 가능한 국가의 존재론적인 가치체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처한 이 시대의 상황 속에서 종교계(종교인)가 해야 할 사명과 역할은 무엇인가? 이 시점은 조국 광복 63년이 되는 해이며, 독립국가로서의 민주헌법이 제정됨과 동시에 대한민국이 세워진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시점에 지난 10여 년간의 이념적인 혼란과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해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변하였지만, 여전히 변할 수 없는 것은 이 땅에 거하는 국민들을 위한 종교계(종교인)가 해당 종파와 추구하는 바 교리를 초월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변함없이 국론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즉 국민의 화합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 시대는 과거 그 어느 때에 못지않게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야기된 장기간의 촛불시위에서 우리가 경험했듯이, 이러한 단체 행동이 그 정도를 넘어서 만일 불순한 세력들의 사주에 의해 무질서와 폭력으로 치닫게 된다면 이를 제어(制御)할 수 있는 선한 힘을 우리는 어디에서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민을 설득할 뿐더러 공권력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평화의 중립지대를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정부가 잘못 판단하고 민의를 외면하게 될 때, 이를 시정하고 정의의 바른 직언을 할 ‘거룩한 힘’을 우리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는가? 여기에 종교의 힘이 요청되고 있으며, 종교인들이 자신이 속한 종파를 초월하여 협력할 때 우리는 그 어떤 난국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 시절에 ‘사학비리 척결’이란 명분으로 문제의 사학법을 집권 여당이 물리적인 힘으로 강행 처리했을 때도 이 땅의 주요 종교단체들이 범종파적으로 연대하여 사학수호에 앞장섰으며, 지난 해 겨울에 불의의 원유 유출사고로 절망에 빠진 서해안을 살리는 일에도 기독교를 비롯한 주요 종교단체들이 협력하여 앞장선 감동적인 미담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은 해묵은 ‘독도분쟁’을 거짓된 교육의 논리로 국제적 이슈로 증폭시키려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은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 정책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날조,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건국 60년의 시간은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감당하기 벅찬 도전이 이 땅을 엄습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당하여 이 땅의 주요 종단과 종교인들이 국민의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해야 할 사명과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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