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가 될 거에요", 성교육의 새 패러다임
상태바
"좋은 부모가 될 거에요", 성교육의 새 패러다임
  • 정재용
  • 승인 2007.12.13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7.4% 이미 성경험, 아동학대자 86.2%가 부모
▲ 지난 6일 배제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예비부모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기 성교육은 청소년들의 삶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청소년 성교육은 올바른 이성교제와 성범죄 예방 등 표면적 문제뿐만 아니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그 중요성이 재고되고 있다.


호기심어린 이성교제의 결과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사회복지단체 굿네이버스는 전국 478개 고등학교 3학년생 15만여 명을 대상으로 ‘행복을 여는 사랑과 대화의 기술’이라는 주제의 ‘예비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기존의 성교육처럼 성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사회문제만을 부각시키는 성교육과는 달리 올바른 사랑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청소년 성의식의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예비부모교육 강사로 나선 김수현씨는 좋은 부모로서 책임감을 가질 때 이성교제도 신중하게 된다고 밝혔다.


# 좋은 부모가 되려는 노력이 해법이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하는 과정의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사회적, 심리적 변화와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면서 이성교제에 대한 욕구와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호기심도 함께 동반된다. 지극히 정상적인 성장과정의 일부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이성적인 판단의 기준 없다면 개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들은 최근 전해지고 있는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굿네이버스는 중ㆍ고등학교 남학생 2,370명을 대상으로 성교육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7.4%가 이미 성경험을 했다’는 믿기 어려운 수치를 접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자의 86.2%가 부모이며, 그들 대부분이 ‘양육태도 및 방법부족’이라는 공통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성의식으로 인한 잘못된 사랑의 방법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위해 전문가들과 머리를 모은 결과,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지식을 습득하고 건강한 이성교제를 하도록 인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결론지었고 ‘예비부모교육’의 배경이 된 것이다.


# 좋은 부모가 되려면 연애를 잘해야 된다.


‘예비부모교육’에서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연애를 잘 해야 한다’는 방법론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의 지루한 성교육에서 탈피했다는 점과 성교육에 임하는 학생들보다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잘하는 연애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첫째, 연애를 잘 하려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지식의 습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남자와 여자의 생리적, 심리학적 차이를 바르게 인식하고, 충분한 이해와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건강한 이성교제를 해야 한다. 사랑과 성적 행동을 분별하고 성충동을 조절, 승화시킬 수 있는 교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피임과 임신, 출산에 대한 인식이 정립돼야한다. 임신과 출산을 계획된 삶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며, 생명과 태교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한편, 이번 교육에서는 이성교제 시 ‘이성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3가지 원칙’ △상처주지 않기 △존중하고 책임지기 △배려하고 아끼기를 권유하며 청소년들이 좀 더 성숙한 이성교제를 할 것을 당부한다. 또한, ‘내가 지켜야 할 5가지 법칙’ △당하지 않기 △메이지 않기 △내 할 일 먼저 하기 △강요하지 않기 △실수하지 않기를 제시하며 이성교제 시 스스로를 먼저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을 강조한다.


# 사랑에도 기술이 있다.


뱃속의 태아는 12주가 되면서부터 뇌에 기억이 쌓이고, 5개월 이상이 되면 부모의 싸움에도 영향을 받아 2분 이내에 배에 대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생명은 신비하고 소중하다. 또한 상황에 따라 사랑하는 방법과 기술이 필요하다.


예비부모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부모됨의 준비를 통해 올바른 가족관계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할 것을 당부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부모의 다양한 역할을 이해하여 상호존중의 인격체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아동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통해 지켜줘야 할 아동의 권리, 발달적 특성에 따른 올바른 아동훈육 방법 및 대화법이 전달됐다. 이는 청소년들이 부모가 돼서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건강한 부모와 자녀관계의 친밀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제안됐다.


하지만 사랑의 방법과 기술이 알고도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안타깝게도 부모가 스트레스로 인해 이성을 잃고 자녀를 학대한다는 사실이다. 예비부모교육은 아동학대의 사례를 제시하며 부모가 스스로 스트레스의 원인과 결과를 판단하여 이성적이고 건전하게 대처하는 법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좋은 부모 되기 서약


 

▲ 배제고등학교 학생대표
예비부모교육은 청소년들의 ‘좋은 부모 되기 서약’으로 마무리 된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만남과 결혼을 통해 부모됨을 준비하겠습니다. 자녀를 소유물이 아닌 인격을 가진 존재로써 존중하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자녀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눈맞춤과 포옹을 하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자녀와 함께 웃고, 놀고, 대화하며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자녀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한편, 일관된 훈육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나의 기대와 목표만을 강요하지 않고, 자녀의 생각과 꿈을 존중해 주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한편, ‘예비부모교육’은 ‘좋은 부모가 되자’는 목표를 설정하는 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아동학대에 대한 예방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