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기독교 정치개입, 특정후보 편들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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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기독교 정치개입, 특정후보 편들기 우려
  • 이현주
  • 승인 2007.10.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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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대선 앞두고 후보자 검증 본격화
 

각 정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확정되면서 기독교계도 후보자 검증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4일 기독교사회책임과 국제기아대책기구를 주축으로 구성된 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은 빈곤국가를 돕는 공적개발원조를 OECD 기준인 평균 0.3%이상으로 확대하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에 공감하는 대통령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공적 개발원조가 1인당 국민소득의 0.05%에 불과한 점을 문제로 지적한 캠페인측은 “경제대통령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지만 지금은 선진국이 아닌 선진한국을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며 “후보들의 공약 속에 나눔의지가 담겨 있는 지 확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선 후보자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종윤목사가 담당하는 한국교회갱신연구원도 오는 29일부터 각 정당 후보자를 초청, 국가발전 전략에 대해 듣기로 했다. 각 후보의 공약을 점검하고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바른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 마련한 이 초청 발표회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함께 한다. 한기총은 이미 지난 5월 대선정책포럼을 열고 사학법이나 북한인권문제 등에 대한 후보자들의 의식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18일 ‘대선과 기독교’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환경과, 정의, 평화와 인권 등에 대한 기독교적인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처럼 12월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 남짓 남겨 놓은 상황에서 기독교계는 각 후보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기독교가 필요로 하는 정책과 공약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검증이 성경적인 시각으로 바른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신앙적인 정치참여인지, 자신의 구미에 맞는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기 위함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또 경선과정에서 후보들에게는 소중한 유권자의 표심을 빌미로 정치집단과 후원단체들을 만들어 접대를 유도하는 목회자들의 행태도 발견되고 있어 주의가 요청된다.


최근 모대형교회 목사는 특정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생명록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고 연합단체 수장들도 특정 후보의 방문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시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공개적인 지지를 드러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서울 팔레스호텔과 장충동 앰버서더호텔은 정치목사이 주도하는 모임으로 가득 차 있을 정도다. 지난 몇 달 사이 기독교와 나라사랑이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가 하면 특정후보 캠프에 이름을 걸고 기독교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부적절한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기독교계의 정치개입과 대선열기 과열에 대해 숭실대 철학과 김선욱교수는 “바람직한 정치참여와 정치적 개입을 혼돈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해도 목회자들의 정치개입은 적절치 않으며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며 교회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 공동대표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성 직전 총회장 이정익목사는 “공동대표직을 수락한 적도 없으며 캠페인의 취지에도 공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목사는 “후보자들이 모두 0.3%의 나눔공약을 약속하면 누구를 찍겠느냐”고 반문하며 “후보자들이 바른 정책을 수립하도록 조언하고 감시하는 교회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유권자의 권리를 이용해 후보자들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교계 일각에서는 정책제안과 후보자들의 공약 검증을 넘어서는 지나친 교회의 정치개입을 막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지만 각각의 정치성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기독교계가 중립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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