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정치적 분별력 가진 시민으로 양육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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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정치적 분별력 가진 시민으로 양육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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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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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범목사<부산중앙교회>

특별히 3.1운동의 실패 이후부터 한국교회는 더욱 사회성을 상실한 채, 내면화 내세화 그리고 개인화 되었고 그것이 해방이후 지속되었다. 5.16혁명 이후 오랫동안 지속된 군사독재정권하에서 교회는 많은 부흥을 경험했으나, 인권을 유린하면서 자행되는 불의한 정권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개중에 영향력 있는 교회지도자들 중에는 대놓고 유신을 찬양고무하기도 했다. 인권이나 민주주의의 발전보다는 나라의 질서를 유지해서 교회와 교인들의 안보를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적인 한국교회에 많은 변화가 왔다. 교회와 목사들은 공식석상이나, 심지어 설교강단에서 서슴지 않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였다. 대부분이 정권비판적인 발언이었다. 현 정부를 친북반미정권으로 규정하고 이에 반하는 반공친미 집회를 가지고 정권타도를 외치기도 했다. 이제 대선을 앞두고는 공공연히 야당후보를 지지하고 장로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정치영역에 대한 많은 교회들의 태도 변화는 국가가 잘못되면 교회가 할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그동안 한국교회가 어떤 이유에서건 터부시했던 정치적 책임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감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한국교회는 그동안의 사회윤리적인 전통이었던 정교분리를 내던져 버렸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정치윤리의 차원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좌측의 극단적인 정치신학은 힘을 잃었고, 우측의 정치적인 무관심과 무책임을 강조한 정교분리도 내던져졌다. 어찌 보면 양극단에서 벗어나 성숙한 기독교 정치윤리 즉 건건한 국가와 교회의 관계가 정립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리스도인들의 많은 정치행동들은 확고한 정치윤리의 터가 없다보니 감정적이고 선동인 경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역사 속에서 언제나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이념의 틀을 교회는 벗어나고 뛰어넘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가 이념의 틀 안에 갇혀서 색안경을 끼고 사회를 객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자칫 한국교회가 정치의 무관심과 무책임이라는 축의 정반대되는 축인 교회의 정치화라고 하는 함정에 함몰될 우려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차분히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왜 그러한 정치적인 설교와 정치적인 입장표명과 정치적인 집회와 행위를 해야 하는가? 왜 반미이고 왜 친미인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가? 과연 그 정치적 잣대의 근거는 이성인가? 아니면 남북대치의 정치현실인가? 국제정세 때문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그 말씀의 해석은 정당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정치적인 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성경을 오용하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 아무런 원칙도 신학도 없이 주어진 정치현실에 매몰되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고민과 대화 속에서 우리는 복음적인, 복음을 근거로 한 사회윤리를 형성해 가야한다. 목회자에게 더 많은 정치적인 지식이 요구되며, 각 분야의 전문가와의 대화의 채널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울러 설교강단에서 당파선이 농후한 설교를 하여 교인들과 사회에 영향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교인들을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한 올바른 정치적인 분별력을 가진 시민으로 양육하기 위하여 보다 통전적인 교회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 우리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독일교회의 사회윤리적인 모체가 되고 있는 바르멘에 더 많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의 기독론적-유비론적 관점은 한국교회로 하여금 정치적인 무관심과 교회의 정치화라는 두 위험을 피하고 균형 잡힌 건강한 기독교 사회윤리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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