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 실현 관점에서 사회개혁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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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나라 실현 관점에서 사회개혁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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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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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교수<전 국가편찬위원회 위원장>


다른 나라와는 달리 스스로 기독교를 수용한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 나라를 사랑했다. 그들의 나라사랑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했고 국권을 수호하고 잃어버린 국권을 되찾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나라사랑의 본질은 같았지만 나라사랑의 방식과 표현은 시대마다 달랐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사명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인의 나라사랑을 그 시대가 안고 있는 시대적인 과제와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그 과제란, 수용당시에는 중세사회의 전통적인 유습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한말에는 외세의 침탈에 대항하여 국권을 수호하는 것이었으며, 일제 강점 하에서는 국권회복·민족독립이라는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해방 후에는 식민지적 유제 청산을 비롯하여 민족적 전통의 창조적 회복과 통일된 민주국가의 건설해야 하는 등 중층적인 과제를 안고 있었다. 해방 초기의 식민지잔재의 청산이라는 민족적인 과제는 독재·군사 정권 아래서는 인권 신장·민주화의 과제로 발전되었으며, 분단이 민족공동체의 제반 사회적 조건들을 제약한다는 것을 통절하게 깨달았을 때에는 무엇보다 통일국가의 실현이 가장 뚜렷한 민족사의 과제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는 민족구성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기독교인에게도 당연히 주어진 과제였다.


기독교가 한국 사회의 개혁에 미친 중요한 것의 하나는 기독교적 인간관이 주는 영향이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기독교적 인간관은 인간의 존엄성과 천부적인 인권을 담보해주었고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쳤다.


한말에 기독교가 수용되어 교회가 세워지는 곳에서 전통적인 종교나 사상에 의한 갈등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었다. 지방 수령 중에는 부정에 항거하는 기독교인들을 ‘동학교도’라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투옥시키기도 했지만 부정부패한 지방관들 중에는 부정을 고발하는 기독교도들의 항거 때문에 지방수령으로 발령받은 일부 양반들은 야소교 있는 마을에는 부임하지 않겠다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독교가 전파되는 곳에 인간을 변화시키고 사회와 민족을 개혁하는 역사가 전개되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서 이렇게 확장되어 왔다. 


한말에 수용된 기독교는 민족사가 전개되는 단계마다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독교인들이 그런 단계마다 의식한 시대적 사명은 당시의 민족적인 과제와 크게 어긋나지 않았고 오히려 제대로 의식한 것이었다. 그것은 몇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한말 사회개혁 운동에서 시작하여 항일 국권수호 운동, 일제하의 항일독립운동, 그리고 군사정권 하의 인권·민주화운동을 거쳐 20세기 말에는 민족통일운동으로 발전되어 갔다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이런 편년사적인 방식을 지양하고 달리 정리될 수도 있다.


기독교인들에 의한 민족운동이 이렇게 전개되었다고 해서, 기독교가 시대를 잘못 읽고 반역사적인 과오를 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인의 이런 민족운동이 기독교인만의 것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위의 민족운동 중에서는 기독교(인)가 선구적인 역할을 감당한 것도 있고 대세에 밀려서 따라간 것도 없지 않다.


한말의 사회개혁 운동과 항일의열투쟁은 선구적 내지는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일제 강점기의 전반적인 항일독립운동은 3.1운동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미흡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전개된 인권·민주화 운동과 민족통일운동은 그 선진성과 적극성이 돋보인다고 할 것이다.


기독교가 인간과 사회를 변화, 개혁시키고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기독교인은 그가 처한 민족과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 기독교는 시대상황에 따라 그런 단계적인 소명을 의식하면서 자체의 과오에도 불구하고 나라사항 운동에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기독교는 자신의 영적 영역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실천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각 시대마다 부과된 역사적인 사명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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