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72) 예수님의 죽음은 구약 예언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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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72) 예수님의 죽음은 구약 예언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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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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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원의 공고함을 증거

김경진 교수<천안대>


빌라도에 의한 재판이 끝난 후 주님은 로마 군병들에게 넘겨져 온갖 모욕과 고초를 당하신다(마 27:27-30; 참고 마 20:18-19). 이방인 병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러한 조롱은 역설적으로 그리스도의 주(主) 되심을 드러내는 아이러니를 표출한다.

홍포란 로마 황제들의 왕복의 색깔인데, 이런 색깔의 옷을 입힌 것은 역설적으로 주님의 왕 되심을 상징하는 것이다. 가시 면류관은 역시 로마 황제의 면류관을 모방한 것인데, 여기서 가시는 황제의 면류관에 꽂힌 빛나는 못(spike)을 대신한 것이었다.

홍포, 면류관, 홀 등은 모두 로마 황제에 속하는 왕권의 상징들인데, 로마 군병들이 이것을 흉내 내어 홍포를 입히고, 가시 면류관을 씌우며, 갈대 홀을 그 손에 들리게 함으로써 마음껏 그리스도를 조롱하였지만,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예수의 왕 되시고, 주 되심을 인정하는 행위가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 진리이다.

로마 군병들의 무의식적인 행위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참 신분을 입증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이처럼 지각 없는 로마 군병들은 언젠가 그들이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지금 자신들이 빈정대며 “유대인의 왕”으로 높이는 그분을 승귀하신 주(빌 2:10-11)로 고백할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주님의 죽음 이야기에서 마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성경(구약) 예언의 성취이다. 물론 이야기의 기본 구조 및 내용은 마가복음을 따르고 있지만(막 15:16-41), 마태는 특별히 구약 예언의 성취에 보다 깊은 관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내용, 즉 주님이 골고다에 도달한 것과 십자가에 못박히는 것이 주절이 아니라 종속 분사구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마 27:33, 38).

오히려 그보다도 주절에서 언급된 구약 예언의 성취가 마태에게는 더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쓸개 탄 포도주를 준 것(시 69:21)과 주님의 옷을 제비뽑아 나눠가진 것(시 22:18) 역시 같은 맥락에서 소개된다. 이러한 일련의 성취구절들은 우연한 것처럼 보이는 로마 군병들의 사소한 행위조차도 모두 십자가 사건과 관련될 경우 성경을 성취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태는 십자가 사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하여 주님의 죽음이 우연히 혹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예언되어 오던 결정적 사건의 완성임을 증거함으로써 믿는 이의 구원의 공고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를 짊에 있어서 공관복음 기자들은 한결같이 주님 대신 구레네 사람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졌다고 기록한다(마 27:32; 비교, 요 19:17). 여기서 저자들이 ‘시몬’이란 그의 이름을 특별히 언급한 것은 베드로라는 시몬이 주님을 배신함으로써 자신의 십자가를 지는 것에 실패하였기 때문에(마 16:24), 그와의 대조를 통해 구레네 시몬의 헌신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그의 아내가 사도 바울에 의해 자신의 모친이라고 불리며 로마교회 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음을 상기할 때(롬 16:13), 비록 억지로 십자가를 지긴 했지만 구레네 시몬 또한 초대교회 내에서 유력한 위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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